"서울 한복판에 코끼리 6마리가?"…탈출 대소동 [그해 오늘]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20일, 오전 12:01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21년 전인 2005년 4월 20일. 어린이대공원에서 공연을 준비하던 코끼리 떼가 갑자기 탈출해 서울 시내 한복판에 나타나는 등 한바탕 대소동이 벌어졌다.

사진=KBS 유튜브 캡처
이날 오후 3시 3분경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정문 옆 코끼리공연장에서 공연을 준비 중이던 코끼리 9마리 가운데 6마리가 탈출했다.

대공원에서 열리는 봄꽃축제를 위해 라오스에서 공수해왔던 코끼리들은 3∼7년생으로, 몸무게는 1t 안팎이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당시 코끼리들은 태국인 조련사의 안내로 행진 중이었고, 주변에서 갑자기 솟아 오른 비둘기 떼에 놀라 탈출하게 됐다. 경찰은 “갑작스럽게 코끼리들이 달아나자 등에 타고 있던 조련사들이 진정을 시키려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정문 앞 광장을 빠져나온 6마리 중 1마리는 아차산역 방향으로 향하다 주택가 골목길에서 이웃 주민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중년 여성 A씨를 들이받았다. 또 이 코끼리는 인근의 다른 주택에 들어가 정원을 짓밟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다른 3마리는 건국대 후문 근처의 주택가로 향하다 조련사들에게 붙잡혔다. 이 코끼리들은 어린이대공원으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방향을 틀었고, 인근 음식점에 난입해 음식점 탁자와 집기 등을 마구 부수는 등 난동을 피웠다. 라오스인 조련사는 코끼리의 엉덩이를 때리며 말리다 타박상을 입었다.

사진=KBS 유튜브 캡처
나머지 2마리는 긴급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 조련사들에 의해 1시간여 만에 붙잡혔다. 1마리는 대공원 정문 앞 교회까지 갔다가 붙잡힌 뒤 바로 대공원으로 돌아왔다. 다른 1마리는 대공원 앞을 활보하다 조련사에 의해 인근 경찰서 유치됐다. 경찰은 코끼리 앞다리 2개를 쇠사슬로 묶은 뒤 조련사에게 인계했다.

결국 경찰, 소방대원과 마취총, 지게차 등을 동원해 6마리의 코끼리들 모두 어린이대공원으로 돌려보내면서 탈출 약 5시간 만에 사태는 진정됐다. 그동안 인근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고 주변 교통은 극심한 체증 현상이 벌어졌다.

이후 일각에서는 ‘코끼리 집단탈출 사건’이 코끼리들의 빡빡한 공연 일정에 따른 스트레스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동물 공연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사진=KBS 유튜브 캡처
공연을 위해 동원된 코끼리 9마리는 사건 발생 닷새 전인 15~16일에 인천 송도 유원지에서부터 어린이대공원으로 이송됐다. 이때 비좁은 우리에 몇 시간을 갇힌 코끼리들은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코끼리들은 도착하자마자 낯선 환경에 적응도 하기 전에 장시간 노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끼리 공연장은 어린이대공원 정문 옆 제2수영장 부지 1600평에 950석 규모로 조성된 곳이었다. 이 코끼리들은 사건 발생 4일 전인 16일부터 매일 다섯 차례씩, 한 번 공연에 50분씩 공연을 해야 했다.

특히 탈출한 코끼리 가운데 상당수는 어린 새끼들로 밝혀져 더욱 안타까움을 안겼다.

사건 이후 해당 코끼리들이 공연한 ‘코끼리 쇼’는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됐고, 갈 곳이 없어진 코끼리들은 2008년 광주 우치공원에 임대 형식으로 옮겨졌다.

우치공원으로 옮겨진 9마리의 코끼리 중 2마리는 임신을 하게 돼 각각 암컷과 수컷 아기 코끼리를 출산했다. 그러다 우치공원 코끼리월드가 계속된 적자를 기록하면서 결국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우치공원은 예산 문제로 암컷 아기와 어미 코끼리 두 마리만 샀고, 나머지 코끼리들은 일본의 후지사파리 파크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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