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를 위해 '세포 보관' 연령 낮아져... 이유는?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21일, 오전 11:12

[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오는 2044년, 여성 기대수명이 90세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대수명은 늘지만 미래 건강 상태와 생애 설계에 대한 예측 불확실성도 덩달아 커지면서, 건강과 노화 관리는 더 이른 시점부터 고민해야 하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난다. 한때 특정 계층이나 성별, 연령대의 선택으로 여겨졌던 ‘생물학적 자원 보관’의 시점이 점차 앞당겨지는 것이다. 난자 냉동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최근 줄기세포 등 넓은 의미의 세포 뱅킹(장기 보관)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 젊어지는 지방줄기세포·난자 뱅킹... “조절가능 영역으로 확대”

최근 미용과 건강, 재생의학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지방줄기세포 등 자가 세포 자원을 비교적 이른 시기에 확보·보관하려는 관심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365mc 지방줄기세포센터에 따르면, 자사 지방줄기세포 뱅킹 이용자의 전체 평균 연령은 2025년 48.7세에서 2026년 1분기 46.5세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20·30 젊은 층 비중도 26.6%에서 34.7%로 8.1%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40~50대 등 중위 연령층의 참여 감소가 아닌, 젊은 층 유입 확대에 따른 연령 구조 변화로 풀이된다.

뱅킹 규모를 살펴보면, 개인별 보관량은 최소 1바이알부터 최대 50바이알까지 다양하게 분포했으며, 5바이알 보관 사례가 가장 많았다. 또 뱅킹한 줄기세포의 활용 방식에서는 정맥주사 형태의 IV주사(바이오샷)가 200건 이상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피부 탄력·결 개선을 위한 스킨샷(스킨부스터)과 두피에 주입하는 헤어샷 등 시술이 뒤를 이었다. 이는 세포 뱅킹이 먼 미래 대비뿐 아니라, 보관 이후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주기적으로 활용하려는 수요도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세포 보관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난자 냉동에서도 연령대 하향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UCLA 연구에 따르면 선택적 난자 냉동 시행 건수는 2014년 4,153건에서 2021년 1만6,436건으로 약 4배 늘었고 시행 평균 연령도 같은 기간 36세에서 34.9세로 낮아졌다.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출산이 늦어지는 사회 변화가 맞물리며, 미래를 대비해 젊을 때 생물학적 자원을 확보하려는 판단도 점차 앞당겨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365mc 지방줄기세포센터 김정은 대표원장은 “40·50이 실제 건강관리 필요성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핵심 수요층이라면, 20·30은 몸 상태와 미래 활용 가능성을 더 일찍 고민하는 관심층”이라며 “각자의 생애 타임라인을 스스로 설계하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노화나 출산 역시 생애 전반에서 조정 가능한 영역으로 바라보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 세포 뱅킹도 결국 ‘속도전’... “젊을수록 높아지는 가치에 지갑 연 MZ”

세포 뱅킹이 점차 ‘속도전’ 양상으로 번지는 흐름은 실질적인 효용 측면에서도 뒷받침된다.

지방줄기세포는 일반적으로 젊은 시기에 채취할수록 세포 활성도와 증식 능력이 높은 경향을 보여, 활용 가능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다. 중간엽 줄기세포는 다양한 조직과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특성을 지녀 조직 재생, 노화 방지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난자 냉동의 경우에도 35세 이전에 진행할수록 더 많은 난자를 확보할 수 있고, 해동 이후 생존율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학계 보고가 있다.

이로 인해 안티에이징에 대한 접근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노화와 질환을 사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대비하고 현재의 신체 상태를 미래 자산처럼 보존하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흐름에 대해 김정은 원장은 “저속노화 트렌드가 계속되면서 지금의 얼굴과 몸을 오래 유지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줄기세포를 젊을 때 보관해 가까운 미래에 활용하려는 선제적 대비와, 채취 시점에 따라 세포의 활용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대비 비용 부담이 완화되면서 세포 뱅킹을 건강 자산이자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가성비 투자’로 바라보는 흐름이 형성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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