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CU지회는 지난 1월부터 원청인 BGF리테일을 상대로 장시간 노동과 이른바 ‘공짜 노동’ 개선을 요구하며 교섭을 요청해 왔다. 노조 측은 모두 7차례 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파업과 물류센터 봉쇄로 이어졌다.
◇ 노동부 “화물연대는 노조 아냐…노란봉투법 적용 선 긋기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화물연대 CU지회가 노란봉투법상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20일 저녁 설명자료를 내고 “이번 사안은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에 기반한 개정 노조법 2조에 따른 원·하청 교섭 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번 갈등을 대기업과 소상공인·개인사업자 집단 간 이해관계 충돌 문제로 규정하고, 노조법이 아닌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대화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화물연대를 하청노조가 아닌 사업자 집단으로 보는 정책적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부는 화물연대가 노조법상 노조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노동위원회에서 교섭 당사자 지위도 확인받지 못한 만큼, 노란봉투법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노동부는 설명자료에서 “관계 부처와 함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도 스스로의 권익 보장을 위해 이해관계자들과 대화·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가 소속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1일 성명을 내고 “개정 노조법 2조 시대에도 여전히 좁디좁은 노동자성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개정 노조법은 원청을 ‘실질 사용자’로 포함하고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 설립과 교섭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한 취지를 담고 있다”며 “노동부가 이를 외면하고 ‘자영업자’ 논쟁으로 되돌리는 것은 법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을 통해 “노동부가 화물연대 조합원 죽음에 대해 ‘노란봉투법을 넘어선 상황’이라며 선을 긋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문제의 핵심은 법의 적용 여부가 아니라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며 갈등을 방치한 데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화물노동자는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있지만, 운임과 물량, 노동조건이 원청에 의해 실질적으로 결정되는 구조 속에서 일하고 있다”며 “노동부가 이들을 소상공인으로만 규정하며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것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경남 진주시 정촌면 CU 진주물류센터 화물연대 집회 현장을 방문해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이른 시일 내에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법원은 화물노동자가 특정 운송시장에 편입돼 운임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는 등 노동시장 종속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근거로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화물노동자가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등 외형상 개인사업자 성격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운송사업자에게 노무를 제공하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일정한 지시를 받는 구조라며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특히 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며 진행된 집단 운송 거부에 대해서도 “단순한 운임 인상 요구가 아니라 최소한의 운송 대가를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며 근로조건과 직결된 정당한 쟁의행위로 판단했다.
법원이 화물기사에 대해 개인사업자이면서도 노조법상 보호를 받는 노동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인정한 셈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택배기사나 학습지 교사 등 일부 특수고용 직종은 노조 설립이 허용된 사례가 있지만, 화물연대는 사업자성이 상대적으로 강해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며 “화물자동차 유가보조금 등 사업자로서 각종 지원과 혜택을 누리면서 동시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충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란봉투법 적용을 통한 해결보다는 별도의 협의 구조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덧붙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노조 대표자들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CU(BGF리테일)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