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 사기는 기존 검찰·금융권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서 진화한 신종 피싱 중 하나다. 대리구매를 미끼로 수백만~수천만원을 뜯어내는 수법이다. 군 간부 혹은 교도관, 유명 예능 제작진, 대기업을 사칭해 대신 물품을 구매해 달라고 속인 뒤 금품을 뜯어내는 방식의 피싱 범죄다. 주요 범죄 타깃은 식당 주인과 같은 자영업자다.
지난해 처음 등장한 이 범죄는 올해 그 피해규모가 더 커지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피해액은 2000억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중동 전쟁의 여파로 또 한 차례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노쇼 사기의 횡행은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자영업자의 경각심’ 뿐이다.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기관 공식 사무실에 직접 전화해 확인하고 선입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범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경찰의 조언이다. 최근 경찰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맺은 업무협약도 피해 예방 홍보 협력에 그친다.
물론 피싱 범죄는 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다만 불황에 울상 짓는 자영업자들에게 속삭이는 노쇼 사기범들의 제안은 그런 예방 수칙을 잊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결국 이 범죄를 조기에 막고, 피해를 입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신종 피싱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담긴 ‘전기통신 이용 다중피해사기 방지법’은 국회에 잠들어 있다. 정쟁과 지방선거에 몰두한 정치권에 더는 관심사가 아닌 듯 보인다.
흔히 피싱범죄는 ‘영혼을 갉아먹는 범죄’라고 한다. 금전적 피해도 상당하지만 다들 알고 있는 수법에 당했다는 자괴감에 빠질 수 있어서다. 불황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들의 영혼까지 갉아먹는 노쇼 사기를 이대로 둬선 안된다. 지금이라도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