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브리핑까지 열고 자초지종 설명에 나선 검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기관 간 권한 공백이 초래한 ‘제도 실패’ 사례로 규정했다. 입법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안동건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 검사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A씨는 자신이 담당하는 피감기관으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민간 건설사들로 하여금 자신이 차명으로 설립·운영하는 전기공사업체에 전기공사를 발주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총 19회에 걸쳐 합계 15억 8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고, 법인자금 합계 13억 2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단순 뇌물수수를 넘어 피감기관에 대한 부실벌점 부과, 입찰제한 등을 강제할 수 있는 직무권한을 악용해 건설사들로 하여금 대가성 공사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대담하고 계획적인 수법의 ‘부패범죄’라고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A씨는 △2018년 6월경 피감기관인 공기업으로부터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수주한 B건설사로 하여금 자신의 업체에 2억 187만원 상당의 전기공사를 하도록 한 뇌물수수 혐의(공소시효 임박으로 2025년 6월 10일 1차 기소, 현재 1심 진행 중) △2020년 1월경 C건설사 임원에게 사고처리비용 909만원을 대납시킨 뇌물수수 혐의 △2021년 10월경 D건설사로 하여금 자신의 업체에 8030만원 상당의 전기공사를 발주하게 하고 해당 건설사가 국책사업 입찰 심사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도록 공무원을 알선한 뇌물수수·알선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는다.
또 2014년 7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던 업체 법인자금 13억2580만원을 주식투자·생활비·부동산 및 차량 구입 등 사적으로 사용해 특정경제범죄법위반 및 횡령 혐의로도 함께 기소됐다.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C건설사 임원 나모씨, D건설사 임원 E씨와 F씨도 각각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2021년 10월 감사원이 공수처에 수사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공수처는 2023년 11월 6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틀 만에 기각했다. 법원은 “상당수 공사 부분에서 A씨의 개입으로 공사계약이 체결됐음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고 뇌물액수 산정에 관해 사실적·법률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기각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공수처는 구속영장 기각 후 일부 공여자 조사를 제외하고 기각 사유에 대한 보완수사를 하지 않은 채 같은 해 11월 24일 사건을 검찰에 송부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점을 고려해 2024년 1월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위한 사건 이송을 시도했지만, 공수처는 “보완수사를 위한 이송사건 수리 근거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기록 수리 자체를 거부했다. 검찰은 직접 보완수사에 나서기로 하고 지난해 5월 14일 압수수색 및 통신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법원은 같은 달 19일 “검사에게 공수처 사건의 추가 수사권을 부여하는 법령상 근거가 없다”며 이마저 기각했다.
검찰은 이후 공수처와 수차례 협의를 거쳤지만 지금까지 어떤 추가자료도 받지 못했단 입장이다. 안동건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검사는 “공수처가 기록을 보고 필요한 부분을 검찰에 협의해올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검찰은 사건 송부일로부터 2년 4개월이 지나도록 수사가 진척되지 못한 채 일부 혐의의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상황에 몰렸고, 현재까지의 증거관계를 토대로 종국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A씨의 뇌물수수 혐의 19건 중 기소된 3건(약 2억9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16건, 약 12억9000만원 상당은 불기소 처분됐다.
안 차장검사는 “불기소한 부분도 공수처가 수사를 통해 확인하면 기소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향후 공수처에서 추가자료가 송부될 경우 불기소 부분의 재기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이번 사건이 보완수사요구권과 직접 보완수사권 모두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안 차장검사는 “향후 제도 변화에 따라 중수청, 경찰과의 관계에서도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의 보완수사가 불가능하고 보완수사요구권이 실효적으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본건과 같은 사례가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제도 설계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완수사 방식에 대해서는 “경찰 사건이 1년에 몇십만 건인데 건건이 직접 보완수사를 한다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사안의 경중과 특성을 고려할 때 보완수사요구도 필요한 경우가 있다. 사건의 원만하고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 수단은 다양하게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법률 구성이 필요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실무 담당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줬으면 좋겠다”며 “항고·이의신청 등 불복수단이 없는 비(非)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을 견제할 장치조차 없어 범죄자의 처벌이 오로지 1차 수사기관의 의사나 역량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더욱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