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교수(사진=이화여대)
일반적으로 사회적 자본(대인관계에서 얻는 자원과 지원)은 위기 상황에서 정신 건강을 보호하는 완충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팬데믹이 정점에 달했던 2021~2022년 서울 거주 18~36세 대상 청년 패널 조사의 데이터 9000건을 분석한 결과 이런 통념을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
김 교수는 ‘지난 1년 동안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수집하면서 개인별 사회적 자본 정도를 단계화해 측정했다. 이번 분석에는 개인의 고유 성향과 통계적 오류를 관리하기 위해 랜덤 효과 기법을 적용했다. 소득·교육·결혼·건강 상태 등은 통제 변수로 반영했다.
분석 결과 사회적 자본 지수가 높을수록 자살 생각을 할 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의지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넓을수록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보다 오히려 자살 위험이 커지는 역설이 관찰된 것이다.
다만 이러한 역설은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여성 그룹에서는 사회적 자본이 자살 충동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강하게 나타났다. 반면 남성 그룹에서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역설적 현상의 원인을 사회적 자원의 희소성에서 찾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네트워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자원이 희소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관계망이 넓을수록 타인의 부정적 감정을 공유하는 데 따른 심리적 비용도 커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게재됐다. 김현수 교수는 “사회적 자본은 맥락에 따라 개인에게 무거운 비용을 전가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며 “자살 예방 정책을 수립할 때 단순히 관계망 확대를 권장하는 접근에서 벗어나 성별 특성을 정교하게 고려한 개입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