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국정원 파견 행정관도 압박…"검사 원하는 대로 네네 했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22일, 오후 03:54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헌법재판관 미임명 의혹으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의 재판에서 수사 당시 특검의 심리적 압박으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는 취지의 증언이 또 나왔다.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부터),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원모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소추 이후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혐의와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지난 17일 열린 한 전 총리 직권남용 혐의 재판에서 해당 전 행정관 김모 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김씨는 국정원에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파견돼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인물이다.

김씨는 이날 법정에서 지난해 2차 조사 당시 담당 검사로부터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담당 검사는 “위에서 피의자로 수사하라고 하고 헌법존중TF에 통보하라고도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 검사는 김씨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김씨는 “자신도 조사라는 것을 잘 알아서 어느 정도 이해하는 측면이 있기는 했으나 당연히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압박 속에 김씨는 빨리 조사를 마치고 싶다는 생각에 특검의 질문 방향을 따라간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특검이 원하는 가설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도 그냥 네네 하고 넘어갔다”고 했다.

구체적 사례도 나왔다. 특검이 “검증 보고서가 하루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작성됐는데 그것이 인사 검증이 된 것인가”라고 묻자 “안 됐다”, “애초부터 하루 안에 검증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또 “검증 보고서는 이완규·함상훈의 주장을 기재한 것이지 검증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맞다”고 답했다고 했다. 김씨는 이 진술들이 검사의 방향에 소극적으로 따라간 대표적 예라고 법정에서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2차 조사 조서에서 확인되는 공백도 드러났다. 쉬는 시간 전후 1시간 5분 동안 조서에 기재된 문답이 단 2개항에 불과한 시간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한편 이 같은 증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3일 같은 재판에 출석한 서원식 전 국세청 파견 행정관도 유사한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다. 서씨는 당시 작년 9월 2차 조사에서 오전 9시 53분부터 오후 4시까지 점심도 없이 조사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조사 전부터 “안 나오면 피의자로 전환된다”는 말을 들었고 담당 검사로부터 “똑바로 진술하지 않으면 직무유기”, “헌법존중TF에 통보할 수 있다”는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결국 서씨는 “인사 검증에 최선을 다했다”던 기존 진술을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다”로 번복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도 진술 변경 경위를 직접 확인하면서 특검 측 재주신문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증언은 앞서 서씨의 진술과도 맞닿는 부분이 있어 주목됐다. 서씨는 3일 재판에서 특검으로부터 “어제 조사받은 김모 행정관도 싹싹 빌고 갔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법정에서 김 검사에 대해 “말투나 단어 선택이 다소 과격한 스타일”이었다고 표현했다.

한편 재판부는 김씨가 심리적 위축으로 인해 검사의 질문에 소극적으로 동조했다고 밝히는 와중에도 “그래서 객관적으로 사실과 달리 진술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을 반복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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