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주인이 사라진 학교 운동장

사회

뉴스1,

2026년 4월 23일, 오전 07:00

김재현 사회정책부 차장
주중에는 사실상 개점휴업이다. 월화수목금 어쩌다 문을 열어도 반짝이다. 대신 주말에는 활황이다. 다만 10대인 주인은 없고 성인인 객식구뿐이다.

학교 운동장 얘기다. 요즘 이곳은 10분 쉬는 시간은 물론 50분 점심시간, 방과 후에도 썰렁하다. 주중 수업 외 휴게 시간 운동장 사용을 아예 막아서다. 부산 초등학교 3곳 중 1곳, 서울 초등학교 6곳 중 1곳이 이런 상황이다.

뛰놀고 싶은 아이들은 선택지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부모님 졸라 학원 빌딩 속 초미니 운동장으로 향한다. ○○FC클럽, ○○농구교실, ○○야구교실 등이 그곳이다. 수요를 감지한 업계는 일찌감치 국·영·수 학원 즐비한 곳에 기가 막히게 터를 잡았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월 강습료는 주 1회 50분 기준 월 10만 원대다. 바람 빠진 축구공 하나만 있어도 맘껏 뛰놀 수 있던 세대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실에 있던 어린이 신문 뭉쳐 야구공과 배트 만들던 세대는 더 이해 못 한다.

'공짜 운동장'이 닫힌 건 학부모 불만 때문이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우리 아이 다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 '우리 아이는 축구를 못 하는데 소외당한다', '6학년만 사용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등이 주된 민원이었다.

그뿐만 아니다. "시끄럽다"는 학교 담장 밖 동네 주민 으름장도 한몫했다.

각종 학부모·주민 민원에 시달린 학교는 결국 '운동장 개방 금지'라는 초강수를 뒀다. 반복된 민원을 사전에 차단하고 문제 발생 시 담당 교사가 분쟁 부담을 떠안을 일을 아예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요즘 학교 현장의 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이 사라지는 것도 과잉 민원 여파다.

학교 운동장에서 이뤄지는 축구, 야구, 농구는 '그깟 공놀이'가 아니다. 넘어지고 부딪히면 일어나는 끈기와 공을 주고받으며 협력과 배려도 배운다. 추억도 쌓인다. 기초체력 증진은 덤이다.

사설 스포츠 클럽 안 가도 되니 사교육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 게임을 할 시간도 줄어든다.

물론 학부모와 학교 밖 민원도 일리가 있다. 내 자식의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게 하겠다는 것, 내 집에서 소음에 시달리지 않겠다는 것을 주장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주장이 오히려 아이들이 스스로 아픔이나 소외감을 극복하며 성장할 기회를 뺏는 건 아닐까. 이런 사례들이 학교의 교육활동을 소극적으로 이끌고 덩달아 공교육이 약화하는 건 아닐까.

오죽하면 얼마 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이 문제가 등장했다. 질문하는 국회의원도, 답변하는 국무총리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제는 정책이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도 이뤄져야 할 때다. 교사가 민원에 따른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교육당국이 책임을 지는 제도를 만들고 아이들에게 운동장이 필요하다는 학교 구성원들의 분위기도 형성돼야 한다.

학교 운동장의 사전적 의미는 체조, 운동 경기, 놀이 따위를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기구나 설비를 갖춘 교내 넓은 마당이다. 쉽게 말해 아이들이 학교에서 뛰어놀라고 만든 공간이다. 학교 운동장이 제 기능을 잃고 '학교 공터'로 전락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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