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쿠팡 투자사 'ISDS 90일 협상' 불발…중재 제기 주목

사회

뉴스1,

2026년 4월 24일, 오전 06:10

서울 시내 쿠팡 물류센터. 2026.2.10 © 뉴스1 황기선 기자

쿠팡 Inc 미국 투자사들과 한국 정부 간 90일간의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협상 기간이 끝났지만 최종 협상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향후 실제 중재 제기 여부와 법적 쟁점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쿠팡 측 미국 투자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 등(이하 청구인)은 지난 1월 22일 한국 정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뒤, 협상 최종 기한인 지난 22일까지 협상에 도달하지 못했다.

ISDS 90일 냉각기간 종료…"추가 협상 여지 남아있어"
중재의향서는 청구인이 중재를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상대 국가에 보내는 서면이다. 이 의향서를 제출하면 양측은 의무적으로 90일간의 협상 기간을 갖는다.

청구인은 이 의향서에서 한국 정부가 과도한 조사와 제재를 남발해 투자자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과기정통부를 중심으로 개인정보보호위·공정위·금융위·국정원·경찰청 등 범부처 TF를 꾸려 대규모 조사에 나선 것이 정부의 차별적 규제 집행이며 이로 인해 투자상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냉각기간 90일이 지난 것은 맞지만, 이후에도 협상은 이뤄질 수 있고 현재도 (미국 투자사 측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ISDS 사건에서 90일의 기간 내 협상 타결에 이르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한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는 "협상으로 해결이 될 문제였다면 중재로 가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90일 이내에 결론을 못 내린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기 과천시 법무부 모습. 2023.12.18 © 뉴스1 민경석 기자

정식 중재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선제적 견제 카드' 해석도
청구인들이 정식 중재를 제기할지는 미지수다.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하더라도 실제 중재 제기로는 이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의 경우, 한국 정부가쿠팡에 실제 행정처분이나 규제를 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구인 측도 섣불리 중재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국제중재 전문 교수는 "정부가 쿠팡에 직접적인 행정 처분을 내린 사실이 없다"며 "개인 정보 보호 위반과 관련해 과징금이 부과됐다거나, 제재가 가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투자사 측도 중재를) 섣불리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구인들이 한국 정부의 전방위적 조사나 행정처분을 약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서 중재 의향서를 보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다른 수도권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는 "의향서를 제출한 것 자체만으로는 정식 중재로 이어질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며 "향후 전개될 사태들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정부의 제재가 확대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2021.2.15 © 뉴스1 이성철 기자

중재 제기 시 주요 쟁점은…'차별 대우'·'투자자 적격' 공방 관측
만약 청구인들이 실제 중재를 제기한다면 쟁점은 △투자자와 내국민 사이 차별 대우가 실제로 이뤄졌는지(한미 FTA 11장) △투자사들이 한미 FTA에서 보호되는지(투자자 적격)가 될 전망이다.

중재의향서에 따르면 청구인들은 지난해 12월 1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국회와 행정부 등이 전방위적으로 쿠팡을 겨냥해 진상조사 등 각종 행정처분과 위협적인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 FTA 제11장은 내국민대우 의무와 최혜국대우 의무, 공정·공평 대우와 포괄적 보호 의무 등을 규정하는데, 이 규정들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또 중재 청구인들이 한미 FTA에 의해 보호되는 투자자들인지(투자자 적격)에 대한 법리적 공방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초대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을 지낸 정홍식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투자자 적격 문제에 대해서 "이번 사건에서 중재의향서를 보낸 투자사들은 한국 쿠팡의 직접적 주주가 아닌, 모회사인 쿠팡 Inc의 투자자들"이라며 "또 소수의 투자자만 중재 의향을 가졌다는 점도 법리적으로 복잡하게 다퉈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mark83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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