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정 신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왼쪽)이 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은옥 교육부 차관. 2026.3.4 © 뉴스1 김성진 기자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등록금 규제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를 추진하는 가운데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에 따른 국립대 집중 지원까지 맞물리면서 고등교육 재정과 규제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사립대 총장협의회는 이날 회장단 회의를 열고 국립대 집중 지원 정책과 등록금 규제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논의했다. 협의회는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다음 달 총회에서 등록금 규제에 대한 법적 대응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협의회는 지난달 케이원챔버를 헌법소원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등록금 인상률 상한 규제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대학들을 취합해, 총회에서 구체적인 추진 일정과 내용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협의회는 국립대에 대한 대규모 재정 투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립대 등록금 규제는 유지되고 있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협의회 사무처장은 "등록금은 규제하고 있으면서 국립대는 그렇게 지원해 주고 사립대에 대한 지원책은 전혀 제시가 안 되고 있다"며 "이런 부분들에 대해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회의에서 논의된 사안들을 토대로 총회를 거쳐 대응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의의 배경에는 교육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도 있다. 교육부는 9개 거점국립대에 대한 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2030년까지 5년간 누적 4조원을 추가 투입하고, 학생 1인당 교육비를 현재 평균 2540만원에서 4400만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여기서 학생 1인당 교육비는 대학이 교육과 연구에 투입한 재원을 학생 수로 나눈 지표로, 교비회계와 산학협력단 회계 등이 반영되는 대표적인 대학 경쟁력 지표다.
이 같은 재정 투입이 현실화될 경우 일부 국립대의 교육 여건이 연세대(3965만원), 고려대(3315만원) 등 주요 사립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연구 인프라와 교수 확보, 장학금, 산학협력 등 대학 경쟁력 전반의 격차로 이어지며 대학 간 경쟁 구도를 재편할 변수로 평가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4일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2025년 제4차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4 © 뉴스1
국립대와 달리 사립대는 재정 확보 방식 자체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 사립대는 등록금 의존도가 50% 안팎에 이르지만 인상은 법정 한도와 재정지원 연계 구조에 묶여 있어 자체 재원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현행 고등교육법은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2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 1.5배에서 지난해 개정으로 더 강화된 것이다.
이 같은 규제 속에서도 상당수 대학은 이미 등록금 인상을 단행했다. 사총협 조사에 따르면 회원 대학의 65.8%가 2026학년도 등록금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자율적 인상이라기보다 제한된 재정 여건 속에서의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일부 대학은 정부 지원 축소를 감수하고 등록금을 인상하는 사례도 늘고 있으며, 2025년에는 4년제 대학의 70.5%, 사립대의 경우 80% 이상이 등록금을 인상했다.
게다가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 반발도 변수로 작용한다. 실제 대학생 단체들은 등록금 규제가 완화될 경우 인상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최근 잇따른 등록금 인상에 대한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규제 완화는 곧 등록금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립대가 재정 제약과 압박을 받는 환경에서 국립대에는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면서 교육비 격차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이는 연구 투자와 교육 여건 차이로 이어지고, 결국 우수 학생 유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 전체를 대표하는 단체에서도 등록금 규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기정 신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지난달 "등록금 규제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등록금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학생 1인당 등록금 대비 장학금 수혜액이 57.4%로 사실상 반값 등록금이 실현된 상태"라며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대학의 자율적 결정을 믿어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과 관련해서도 "거점국립대 10개를 살리려고 지역대학 100개를 죽이면 안 된다"며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mine124@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