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 사망 조사보고서 공개 맞아? 162쪽 분량에 먹칠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25일, 오전 08:21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 학산초등학교에서 근무했던 고 김동욱(당시 29세·남) 특수교사의 어머니 A씨는 지난해 8월 아들 사망 진상조사결과보고서를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받아 보고 깜짝 놀랐다.

A4 크기의 보고서 전체 206쪽(표지 포함) 중에서 44쪽 분량을 제외하고 나머지 162쪽 분량에 검은 색 굵은 줄이 덮여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들 이름과 근무 학교명도 까맣게 칠해져 있어 누구에 관한 보고서인지도 알 수 없었다. 이에 A씨는 항의했고 교육청은 수정해 다시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한 달 뒤 받아본 수정 자료에는 아들 이름과 학교명만 새롭게 공개하고 나머지는 거의 그대로 까맣게 칠해진 상태였다.

인천시교육청이 공개한 고 김동욱 교사 사망 진상조사결과보고서 중 일부 내용 캡처.
고 김 교사는 2024년 10월24일 인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판단했다. 그는 학산초 특수학급 담임교사로 특수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격무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 어머니, 아들 사망원인 알고자 소송

광주광역시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 A씨는 아들이 인천에서 특수교사를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왜 격무에 시달렸는지, 교육청은 왜 도와주지 않았는지 등 사건 전반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먹칠이 된 보고서를 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무언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올 1월 교육청을 상대로 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결과는 달라진 것 없이 먹칠 가득한 보고서만 받아 들었다.

A씨는 학교에서 특수교육을 위해 노력했던 아들이 갑작스럽게 주검이 된 이유를 알고 싶었다. 이에 지난 3일 인천지법에 ‘진상조사결과보고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24일 이데일리와 전화인터뷰에서 “아들 관련 보고서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데 먹칠을 해 가져와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며 “이대로 두면 아들 사건의 진상규명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망 원인과 아들이 힘들었을 때 교육청은 무엇을 했는지, 부실 정책의 책임자는 누구였는지를 알고 싶다”며 “그래야 아들과 같은 피해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소송을 통해 보고서 전체 내용을 공개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먹칠 된 보고서, 정보공개 의미 상실

특수교사, 교육청 공무원,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인천 특수교사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 소속 조사단이 작성한 보고서는 △사안 개요 △조사 방향 △사안의 핵심 쟁점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 요약 △조사 결과 △결론 △별첨 부록으로 구성됐다. 조사위는 지난해 7월 이 보고서를 채택해 인천교육청에 제출했고 공개 권한은 교육청에 있다.

교육청은 지난해 8월 기자회견을 통해 보고서 전문을 유족에게 전달하고 정보공개 청구시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보고서의 내용 대부분을 먹칠로 가려 정보 공개 의미가 상실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청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주요 내용을 가렸다는 입장이지만 문맥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게 가려 유족과 교사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먹칠 보고서는 ‘위법 상태 보고에 대한 () 및 위법상태 유지 ()’, ‘고인의 학급은 () 법정 상한 인원을 초과한’ 등의 형태로 사람 정보와 관련 없는 내용까지 가렸다. 일부 문장은 전체가 까맣게 칠해졌다.

※() 표시는 검정칠을 했다는 의미.

인천 특수교사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진실마저 검게 가린 교육청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교육청이 유족의 손에 전달한 것은 보고서가 아니라 진실을 은폐한 먹칠 종이뭉치였다”며 “이는 유족을 향한 2차 가해이고 고인의 명예를 짓밟는 무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교육청의 정보공개 과정은 법적 절차를 무시한 불통 행정의 극치”라며 “가림 처리의 명확한 사유조차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성훈 인천교육감은 가해 책임자를 비호하는 은폐행위를 중단하고 보고서 원본을 즉각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교육청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보고서 부분 공개를 결정한 것”이라며 “이름 외에 지역교육지원청 명칭이나 다른 단어, 문장에 대해 비식별화 처리를 한 것은 해당 내용 공개 시 다른 정보와 결합해 개인정보를 특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고서에는 김 교사가 한 학급에서 정원(6명)을 초과해 8명의 장애학생을 교육하고 일반학급에 있는 장애학생 4명에 대한 지원활동을 하면서 격무에 시달렸고 시교육청에 학급 증설 등의 개선을 요구했으나 교육청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기록됐다. 이는 교육청 담당자들이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위반한 것으로 명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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