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억원 연구비 따와야 정년보장?"…뿔난 중앙대 교수들

사회

뉴스1,

2026년 4월 26일, 오전 07:30

중앙대가 추진하는 '교원 인사 제도 개선안'의 초안 일부 발췌/뉴스1

중앙대가 교수의 정년 보장(테뉴어) 심사 관련 새 평가기준으로 '외부 연구비 조달'을 추가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종신고용을 보장받고 싶은 부교수라면, 많게는 십수억원의 연구비를 따와야 한다.

이와 관련해 중앙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연구비 조달을 신분보장에 연결해 강요하는 행위는 학문적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26일 중앙대에 따르면 대학은 이런 신설 기준 등을 담은 '교원 인사 제도 개선안'의 초안을 지난 15일부터 4차례에 걸쳐 학내 공청회를 통해 공유했다. 아직 확정된 안은 아니며, 올해 9월 이후 신규 임용되는 교원부터 적용할 예정이란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뉴스1이 확보한 초안에는 신규 재임용 기준, 테뉴어 심사기준, 승진 및 재임용 기준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참여한 논문의 양, 외부연구비 유치 등 실적 관련 양적 기준이 강화한 게 특징이다.

주목할 부분은 부교수 등에 대한 테뉴어 심사 시, 직전 5개년간 해당 교수가 유치한 외부 연구비 총액을 따진다는 내용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단과대별로 보면 △이학 12억 원 △공학 15억 원 △의약학(간호 제외) 15억 원 △간호학 12억 원 등 이공계에 비교적 높은 액수가 요구된다. 이외에 △인문사회 2억 원 △경영경제 5억원 △예체능 1억원 등 비교적 많은 연구비가 필요 없는 분야에도 수억 원대가 요구된다.

이같은 방침이 발표되자 교수들은 "학장 등이 맡을 연구비 조달을 신임 교원에게 강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돈 내고 정년 보장 받는 꼴밖에 안 된다"며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태하 중앙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지난 24일 교수협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여러 학문 단위에서 그 내용과 일정에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으며, 일부 긍정적 의견을 갖는 분들마저도 일정 및 절차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공지했다.

또 김 회장은 전문가 법률 검토를 인용하며 "연구비 조달을 재임용 거부 또는 정년 보장 탈락과 연결할 경우, 근로자의 신분을 박탈하고 경제적 상실을 강요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며 "외부 연구비 조달은 본래 대학 행정기구의 역할로, 법령상 교원의 임무 범위를 벗어난 의무를 교원에게 부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수협은 현재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이런 학교의 방향성이 적절한지 설문도 진행 중이다. 이미 의견을 수렴한 한 단과대 교수 일동은 "(학문 특성에 따른) 연구비 소요는 고려하지 않고 학교가 일방적인 목표만 내세우고 있다"며 "연구비 유치 목표와 재임용·승진 요건이 어떤 근거에서 제시된 건지 알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다른 대학 소속의 한 교수도 "물론 교수가 따온 연구비를 승진·테뉴어 등에 일부 반영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비교적 젊은 부교수들에게 수억원대 연구비를 물어오라 하는 건 과한 처사로 보인다. 연구에 열심인지를 평가하려면 소액이라도 차라리 수주 횟수를 따지는 게 맞다"는 의견을 냈다.

이 밖에도 학교 당국과의 협의 시간이 너무 촉박한 등 절차상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중앙대 측은 "인사 제도 개선안은 우리 대학이 연구중심대학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발전 과제 중 하나"라며 "다각적 연구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로,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개선안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현재 검토 중에 있다"며 "학내 구성원 의견 수렴을 거치는 등 현장 목소리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legomast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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