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망노동자 추모의 날…눈물 속 유가족들 "왜 죽어야 했나요"

사회

뉴스1,

2026년 4월 28일, 오전 11:38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이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2026.4.28 © 뉴스1 신윤하 기자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인 28일 산재 유가족들이 정부를 향해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라며, 법정 기념일인 '산업재해 근로자의 날'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로 변경하라고 촉구했다.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날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은 매년 2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산업 현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수십만 노동자들의 노력으로 이룩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용관 다시는 공동대표는 "국민적인 추모제 형식으로 그분들의 넋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게 당연한 국가의 책무"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사망하신 분들을 단순히 추모하고 애도하는 게 아니고, 기억과 추모로 또다른 죽음을 반복하지 않게 다짐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아리셀 참사 고(故) 엄정정 씨 어머니인 이순희 씨와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사한 고 장덕준 씨의 어머니인 박미숙 씨가 참석했다.

이순희 씨는 발언 초반부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 씨는 "이국땅에서 죽은 것도 서러운데 왜 도망 못 가 죽어야만 했는지, 정직원은 6명이나 나왔지만 왜 딸은 못 나오고 죽었는지 진상규명이 안 됐다"며 "안전 교육 하나 없고 이주 노동자라고 차별해 생명을 가볍게 여기며 위험한 환경을 방치해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씨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된 것을 규탄하기도 했다. 이 씨는 "신현일 판사는 박 대표가 아리셀 사업 총괄이라는 실질적 경영 책임자고 안전보건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이런 판결을 했다"며 "돈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당해도 되고 돈 있는 부자는 사람 죽이고도 정당하게 살 수 있는 나라인 걸 유가족이 돼서야 뼈저리게 느꼈다"고 울부짖었다.

법원은 지난 22일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의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파견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고 장덕준 씨의 모친인 박미숙 씨는 김범석 쿠팡Inc 회장의 과로사 은폐 의혹을 언급하며 "김범석은 덕준이 죽음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흔적을 지우고 왜곡과 조작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노동자의 생명과 바꾼 돈과 권력으로 범죄를 덮어왔다"며 "쿠팡에서 일하다 죽어간 노동자에게, 멸시와 협박을 일삼은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씨는 2020년 10월 11일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야간노동을 마치고 퇴근한 뒤, 오전 7시 30분 무렵 자택 욕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장 씨는 사망 전날과 당일 근무 중에도 가슴 통증과 메스꺼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생명을 의미하는 빨간 종이꽃을 '다시는'이라고 적힌 스티로폼에 꽂는 퍼포먼스를 했다.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은 1996년 4월 28일 미국 뉴욕에 모인 노동자들이 1993년 5월 10일 태국 인형공장 화재로 사망한 노동자 188명을 추모하기 위해 촛불을 들면서 시작됐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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