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 뉴스1 김영운 기자
피고인이 귀책 사유 없이 공판에 출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시송달로 재판을 진행해 유죄가 확정된 경우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횡령,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기 등 혐의를 받는 A 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50대 일용노동자 A 씨는 대출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계좌와 체크카드를 넘기고, 해당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 일부를 빼내 사용하는 등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별도로 A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적장애인의 신분 정보를 이용해 몰래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뒤 수십 차례에 걸쳐 약 170만 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타인 명의 카드 신청 정보를 입력해 카드사에 제출한 혐의도 적용됐다.
1·2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1심은 A 씨의 죄질이 매우 나쁜 점, 수년간 수사기관의 조사를 피해 다닌 데다 재판 도중에도 도망한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봤다. 2심 역시 이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가 귀책 사유 없이 1·2심 공판에 출석하지 못했다면서 다시 재판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소송 촉진 특례법에서는 피고인이 불출석한 채로 진행된 1·2심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도, 귀책 사유 없이 1·2심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피고인은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심을 청구하지 않고 상고권 회복을 통해 상고한 경우에도 형사소송법상 재심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해 원심을 파기할 수 있다.
앞서 A 씨는 1심 2차 공판에 출석했으나, 3차 공판부터는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1심은 소송 촉진 특례법에 따라 추가 병합된 사건의 공소장과 소환장 등을 공시송달한 뒤 A 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판결을 선고했다.
검사의 항소로 진행된 2심 역시 공시송달 방법으로 소환장 송달이 이뤄진 뒤 A 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선고가 이뤄졌다.
뒤늦게 판결 선고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상고권 회복 청구를 냈고, 법원은 A 씨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상고기간 내 상고하지 못했다고 인정해 상고권 회복 결정을 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재심 규정에서 정한 재심 청구 사유가 있다"며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sae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