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6.3.12 © 뉴스1 이호윤 기자
한 가문의 종손은 친족 관계에 따른 '신분적 지위'인 만큼 종손이 아닌 사람에게 사적 합의로 종손의 지위를 양도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16일 종중 이사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A 씨가 낸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이를 인용한 원심을 뒤집고 파기자판으로 신청을 기각했다.
이는 대법원이 원심 결정을 파기하되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은 채 직접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을 의미한다.
앞서 1992년 종중의 종손이던 B 씨가 사망하자 원래 종손이 될 예정이었던 장손 C 씨는 숙부인 A 씨에게 제사 주재, 임야·묘지 등에 관한 책임을 맡긴다는 내용으로 합의한 뒤 공증까지 받았다.
이후 A 씨는 30년 넘게 제사를 주관하며 종손 역할을 해왔다. 또 '종손은 당연직 이사로 간주한다'는 종중 규약에 따라 이사로 활동했다.
그러나 2024년 종중 회장이 A 씨에게 이사 임기 만료 내용 증명을 보내고, 정기총회에서 종손 기준을 다시 정하는 내용의 안건이 가결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A 씨는 자신의 이사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하급심은 첫 가처분 신청 인용 뒤 종중의 이의신청, 항고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가 승계 합의에 따라 종손 지위를 적법하게 이어받았다고 본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종손은 '장자계의 남자 손으로서 적장 자손'을 말한다"며 "일정한 친족관계의 존재에 의해 당연히 인정되는 신분적 지위로서 양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종손의 성격에 비춰 실제로는 종손이 아닌 사람에 대해 종손 지위에 있음을 인정했더라도, 곧바로 그 사람이 종손 지위를 취득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A 씨는 승계 합의에도 불구하고 종손 지위를 양도받지 못했고, 규약에 따라 종중의 당연직 이사 지위를 취득하지도 못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는 종중이 장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거나 이사 인준 결의가 있었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했다.
sae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