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이상 계약직 직원을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강제함으로써 비정규직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장에서 작동하는 방식은 정반대다. 기업은 전환 대신 회피를 택했고 ‘1년 11개월 계약’은 관행이 됐다. 기간제법이 ‘2년이상 고용금지법’이라고 조롱당하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기간제법은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기보다 ‘2년 전 해고’를 유도하는 장치로 변질되면서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 비중 확대와 단시간 근로 확산을 부추기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 숙련도를 높임으로써 정규직 진입 가능성을 높이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계약기간만 연장’하는 게 답이 아니라는 건 일본 사례가 분명히 보여준다.
일본은 2013년 노동계약법 개정을 통해 동일 사용자와의 기간제 계약이 5년을 초과해 반복 갱신된 근로자에게 무기계약 전환 신청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5년 뒤인 2018년 ‘해고 절벽’이 일본 사회에서 문제가 될 정도로 계약 종료로 인한 해고자가 쏟아져 나왔다. 계약기간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문제의 본질은 기간이 아니라 비용이다.
비정규직을 쓰는 게 정규직을 쓰는 것보다 비용이 월등히 적게 든다면 아무리 기간을 규제해도 회피 전략은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고용불안 수당(Prime de precarite)’은 기간제 계약 종료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기업이 계약기간 중 지급한 총임금의 10%를 추가로 지급하도록 한 제도다.
위로금이 아니다. 핵심은 비정규직 고용 자체를 더 비싸게 만드는 데 있다.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경제적 선택이 되도록 제도를 설계한 것이다.
호주의 ‘캐주얼 로딩(casual loading)’도 유사하다. 비정규직에게 정규직보다 높은 시간당 임금을 지급해 고용 불안정성을 보상한다. 이 역시 값싼 노동력으로 비정규직을 남용하는 유인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두 제도의 공통점은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기보다 비정규직을 싸게 쓸 수 없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사용기간은 업종과 직무에 따라 일정 부분 유연화하되, 비정규직 계약을 종료할 경우 추가 비용을 부과해 비정규직을 값싸게 쓰는 구조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채용 입구는 넓히되, 고용 종료 비용을 높여 출구는 좁히는 방식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공정수당을 도입해 비정규직을 값싸게 쓰는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에 나선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경제 원리는 냉정하다. 비용 증가는 채용 감소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정수당을 민간으로 확대할 경우 비정규직 사용 축소를 넘어, 채용 자체를 위축시켜 청년층 노동시장 진입 장벽을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AI와 자동화로 비숙련 노동력을 대체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사회적 대화다. 노동계의 고용 불안 보상 요구, 기업의 비용 부담 우려, 정부의 일자리 감소 우려를 노사정이 함께 고민하고 보완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수당 도입 자체가 아니다.
공정수당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 장치가 아니라 비정규직 사용 자체를 막는 ‘해고수당’으로 변질되서는 기간제법의 실패를 반복할 뿐이다.
공정수당은 과거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인 2021년 도입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