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소로 번진 '수갑 호송'…'미체포 피의자' 착용 기준은?

사회

뉴스1,

2026년 4월 29일, 오전 09:35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본명 전유관) 씨.2026.4.13 © 뉴스1 임세영 기자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본명 전유관) 씨 측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수갑을 채운 경찰관들을 고소했다. 도주 우려가 없는 미체포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언론에 노출한 것은 인권 침해라는 이유에서다.

전 씨는 체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돼 심사를 받은 '미체포 피의자'다. 사전구속영장은 피의자를 구금하지 않은 채 법원이 구속 필요성을 판단하는 절차로, 심문 종료 후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유치장으로 호송돼 대기한다. 다만 체포·구속 상태가 아닌 만큼 통상 호송차 탑승 전까지는 수갑을 채우지 않는다.

전 씨 측 변호인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경찰청 훈령 개정으로 미체포 피의자에 대한 수갑 착용이 위법하다고 했고 대법원 판례도 제시했지만 경찰은 수갑을 채웠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현장의 돌발 상황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맞서고 있다.

전 씨 측 "수갑 호송 인권 침해" 경찰 고소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 씨는 지난 16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소속 경찰관들에게 수갑이 채워진 채 호송차로 이동했다.

심사는 정오쯤 끝났지만 변호인단이 수갑 착용에 항의하면서 호송은 2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법원은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전 씨 측은 수갑을 채운 경찰관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수갑을 채운 행위가 전 씨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다.

앞서 한 인터넷 매체에서 '계엄군이 선관위에서 중국 간첩 99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돼 지난해 5월 영장심사를 받은 허 모 기자 또한 수갑을 차지 않은 상태로 호송차에 탑승했다. 지난달 3일 '1억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영장심사를 받은 강선우 무소속 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배후로 지목돼 수건조물침입교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재판을 마치고 입장문을 취재진에게 건네고 있다. 2026.4.17 © 뉴스1 이호윤 기자

인권위 "전광훈 수갑 호송은 인권 침해"…경찰, 수갑 착용 '의무' →'재량' 개정
경찰청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경찰청 훈령 제1164호)' 제50조는 미체포 피의자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임의로 출석한 경우 원칙적으로 수갑이나 포승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도주 우려' 등 사정 변경으로 보호장비 사용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경찰은 해당 규정을 2021년 7월 개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미체포 피의자에 대한 수갑 사용을 의무에서 재량 규정으로 완화한 것이다.

계기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사례였다. 전 목사는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2020년 1월 영장심사를 마친 뒤 수갑을 찬 채 서울 종로경찰서로 호송됐고, 당시 한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는 이를 두고 "도주 우려가 없는데도 수갑을 채우고 이를 노출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2021년 전 목사 사례를 '인권 침해'로 판단하고 경찰청에 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경찰청은 같은 해 7월 이를 수용해 규칙을 개정했다. 이후 전 목사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1심 법원은 경찰의 수갑 사용이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섰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1심은 국가가 전 목사에게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대법원은 2024년 12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심을 확정했다.

경찰은 이번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청 광역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당시 전 씨 지지자들이 법원 안팎에 다수 모여 있는 이례적인 상황이었다"며 "돌발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전 씨 측 변호인은 "수갑 착용 당시 경찰에 항의했지만,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서 "민사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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