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바꿔치기' 풀려난 마약 피의자…대법 "체포 위법했다면 처벌 못해"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29일, 오전 09:38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마약류 투약이 의심돼 유치장으로 호송된 후 소변제출을 지속 거부하다 다른 수감자 소변을 속여 제출했더라도, 이미 위법한 체포 상태였다면 위계공무집행방해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뉴스1)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자영업자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4년 6월 경기도 의정부시 한 호텔에서 다른 지인 2명의 필로폰 제공 및 투약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당시 호텔에서 지인 1명을 필로폰 소지 현행법으로 체포한 경찰관들은 A씨에 대해서도 수색을 진행하면서 A씨 양팔을 붙잡거나 수갑을 채워 주머니, 주먹 등을 수색했다. 마약류 등이 발견되지 않자 경찰관들은 마약류 투약 여부를 재차 확인하기 위해 ‘음성이 나올 시 귀가할 수 있다’며 소변검사 등을 요구했지만, A씨가 이를 지속 거부하자 필로폰 투약 방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후 경찰서 유치장으로 호송된 A씨는 소변제출을 지속 거부하다 유치장 내 다른 수감자의 소변을 마치 자신의 소변인 것처럼 속여 경찰관들에 제출한 뒤 음성 판정을 받아 석방됐다. 이에 검찰은 이후 A씨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가 필로폰 투약 사실을 숨기기 위해 타인의 소변을 대신 제출해 소변검사결과를 조작하는 등 수사기관의 수사행위를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그 결과 석방되기까지 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경찰관들의 긴급체포 및 소변제출 요구 등 공무집행 역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2심에서도 이같은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경찰관들이 상당시간에 걸쳐 이 사건 호텔에서 피고인의 양손에 수갑을 채워 신체를 수색하고, 거부하는 피고인에게 지속적으로 소변검사를 요구한 행위는 사실상 강제수사로서 위법한 체포와 수색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그에 뒤따른 피고인에 대한 긴급체포도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위법한 체포상태에서 마약 투약 여부 확인을 위한 채뇨 요구가 이루어진 이상, 경찰관들의 채뇨 요구는 위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경찰관들의 채뇨 요구가 적법한 직무집행임을 전제로 하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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