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누구의 성과인가[이근면의 사람이야기]

사회

이데일리,

2026년 4월 30일, 오전 05:00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코스피가 6000을 넘어 7000을 향해 가고 8000도 잠깐이란다. 전 국민이 주식 소리에 눈에 불을 켠다. 갖가지 후회와 한숨, 안도가 교차한다. 주식시장에 뛰어든 자와 아직 뛰어들지 않은 자들의 촉각이 예민하다.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슈퍼사이클이 운 좋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화제도 만발이다. 시장에는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가진 자와 안 가진 자로 나뉘고 미리 판 자와 아직 안 판 자로 나뉘는 우스갯소리까지 회자한다. 동참하지 못한 다수는 상대적 박탈감에 후회를 씹는 중이다. 여기에 염장 지르는 사건이 터져 나왔다. 수억 대 성과급 논란의 삼성전자 파업 이야기이다.

문제의 핵심을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묻자. 이번 성과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삼성전자를 둘러싼 성과급 논란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선다. 성과의 기원과 분배의 정당성, 권리의 경계에 대한 질문이다. 특히 이번 성과가 개별 노동자의 추가적 노력보다는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 환율, 지정학적 수요 등 외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크다면 그 성과를 전적으로 ‘내 몫’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어디까지 정당한가 의문이다.

경제학적으로 기업의 이익은 노동, 자본, 시장환경의 결합이다. 이 가운데 시장환경은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외부 요인이 만든 초과이익을 특정 집단이 선취하려 할 때 그것은 권리의 행사인가, 재분배 요구인가. 이 구분이 흐려지는 순간 권리는 권력을 닮기 시작한다.

노동권은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강한 교섭력을 가진 집단의 권리는 더 이상 약자의 방패만은 아니다. “회사 손실을 극대화하겠다”는 식의 파업 선언은 협상 기술일 수는 있어도 사회적 정당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대기업의 파업은 기업 내부를 넘어 협력업체, 수출 계약, 산업 신뢰도까지 영향을 미친다. 결국 특정 집단의 권리 행사가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확산하는 구조가 된다. 이것은 보호받아야 할 권리인가, 아니면 용인하기 어려운 횡포인가.

더 나아가 이러한 강한 요구는 노동시장 내부의 불균형을 심화한다. 신규 채용은 줄고 비정규직은 늘며 자동화는 빨라진다. 결과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다수는 배제되고 이미 보호받고 있는 내부자가 더 많은 몫을 가져가는 구조가 고착한다.

이 논쟁에서 자주 빠지는 주체가 있다. 바로 약 500만 명에 이르는 주주다. 특히 소액주주는 기업 성과의 또 다른 권리자다. 최근에는 노조의 파업 대비 집회에 맞서 주주들이 같은 날 맞불 성격의 집회를 여는 장면까지 등장했다. 이는 권리의 충돌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사건이다.

기업의 성과는 노동만의 결과가 아니다. 자본은 위험을 감수하고 장기 투자로 기업의 기반을 만든다. 그 결과에 대해 주주는 배당과 주가로 보상받는다. 그런데 단기 성과를 근거로 특정 집단이 과도한 몫을 요구하고 그것을 위해 기업 가치 훼손까지 감수하는 전략을 택한다면 그 부담은 결국 주주, 특히 방어력이 약한 소액주주에게 전가된다.

더 큰 문제는 장기 성장이다. 기업의 잉여는 임금, 배당, 그리고 미래 투자로 나뉜다. 과도한 단기 분배는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잠식하고 이는 결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지금의 몫을 늘리기 위해 미래의 파이를 깎는 선택이 되는 셈이다.

이 사태를 노동의 문제로만 보는 것은 반쪽이다. 분명 회사의 책임, 특히 인사의 책임이 존재한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시절부터 삼성은 ‘노조 없는 경영’이라는 표현보다 시장 상위 보상과 선행적 교육 투자, 그리고 조직에 대한 자부심을 통해 갈등을 사전에 흡수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핵심은 비노조가 아니라 신뢰 기반의 인사 관리였다.

그러나 지금의 삼성은 그 신뢰를 제도로 전환하지 못했다. 성과급의 기준은 불명확했고 외부 요인과 내부 기여의 구분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그 결과 기대는 커지고 기준은 모호해지면서 불신이 누적됐다.

과거에는 신뢰로 가능했던 것이 지금은 규모와 환경 변화로 인해 명시적 규칙과 사전 합의가 필요해졌다. 이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태의 구조적 원인이다.

해법은 분명하다.

첫째, 성과급을 ‘설명 가능한 구조’로 재설계해야 한다. 외부 환경과 내부 기여를 분리해 반영하고 변동 범위와 기준을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

둘째, 사후 협상이 아니라 사전 합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실적 발표 이후의 설명이 아니라 실적 이전의 규칙 설계가 핵심이다.

셋째, 노동·주주·투자의 균형을 제도화해야 한다. 특정 집단의 요구가 아니라 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배분 원칙을 세워야 한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성과급 갈등이 아니다. 권리가 충돌하는 시대에 무엇을 기준으로 균형을 잡을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다. 노동의 권리는 존중해야 하나 그것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한다면 더 이상 순수한 권리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기업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과거의 신뢰를 현재의 규칙으로 전환하지 못한 대가는 결국 더 큰 갈등으로 돌아온다.

이제 ‘얼마를 더 가져갈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와,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함께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권리는 결국 서로를 잠식하는 도구로 전락할 것이다.

어떻게 전개되든 결말에 이를 것이다. 국민적 납득이 어떻게 작동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기에 팔짱 끼고 방관하는 분들의 역성도 궁금하다.

이번 일은 누구를 이롭게 할까. 지금 이 순간 이 해프닝을 지켜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세계 유수의 반도체 경쟁 회사들도 결과에 관계없이 이제 삼성전자의 새로운 약점을 거머쥐게 됐다. 어찌 됐든 회사, 종업원 모두 패자가 될 것이다. 이는 삼성의 연구 개발, 제조 생산성, 기업 문화, 리더십 모두 미래 경쟁력을 좀먹게 하는 것이 필연이다. 향후 경쟁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니 과연 누구를 위한 파업이 될까. 결국 국민 모두의 미래 자산과 부에는 또 어떤 영향이 미칠까. 국민적 자각이 필요한 시기다.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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