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뉴스1 © 뉴스1 황기선 기자
#1. 서울 동작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50대 A 씨는 한 업체로부터 1년간 온라인 광고로 매출 2400만 원을 올려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계약했다. 그러나 5개월 뒤 업체가 광고를 중단하고 잠적했고 A 씨는 업체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3개월 만에 '혐의없음' 불송치 처분을 내렸다.
#2.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30대 B 씨는 시내버스에서 60대 남성에게 강제추행을 당해 지난해 인근 경찰서에 고소했다. 그러나 최근 7개월 동안 "보완 수사 요구 결정됐다"는 통지만 세 차례 받았을 뿐, 왜 요구가 결정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B 씨는 검찰과 경찰 사이 '사건 핑퐁'을 지켜보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법조계에서는 A·B 씨의 사례처럼 검찰 개혁 과정에서 피해자 소외 현상이 심화하고, 수사 지연으로 권리 구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제 400건 넘는데 어떻게 보나"…檢, 민생 사건 재검토 '한계'
검찰청 폐지에 따른 사직 인원의 증가, 특검 파견으로 인한 인력 유출로 고질적 '일손 부족'을 겪고 있는 검찰은 A 씨와 같이 사건이 불송치돼 억울함을 겪는 피해자들의 사건을 검토할 여력이 부족하다.
기존에는 불송치된 사건도 검찰이 일정 부분 재검토했지만, 최근에는 미제 사건 적체가 심화하면서 사실상 이의신청이 있어야만 들여다보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선 검찰엔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미제 사건들만 수백건 단위이다 보니 검토가 어려운 실정이다.
전국 검찰청 미제 사건은 올해 2월 기준 12만 1563건으로 지난해(9만 6256건)보다 26.3% 증가했다. 또 수도권 소재 지검에서 많게는 검사가 1명당 500~700건의 사건을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사업주가 계약을 파기하고 잠적한 것이 명백한 경우임에도 불송치 처분이 나 답답하고 허탈한 심정"이라며 "이의신청을 통해 검찰의 재검토를 받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급 인사는 "미제 사건이 400건을 웃도는데 어떻게 불송치된 사건들까지 일일이 검토하겠느냐"며 "피해자가 이의신청하면 그제야 사건을 살펴보는 수준인데 그마저도 사건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보완수사권 논쟁 속 검-경 '사건 핑퐁'…피해자 고통은 길어진다
검찰 개혁 과정에서 B 씨의 사례처럼 피해자가 소외되는 문제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의 알권리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 사건을 전문으로 다뤄온 한 변호사는 "(검찰 개혁에서) 검찰 권한이 견제되고 잘 배분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 권리가 보장되는 방향으로 개혁이 설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B 씨처럼 수사상 비밀을 이유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는 경우, 추후 기소가 됐을 때 공소장 내용도 설명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6·3 지방선거 이후 전개될 보완수사권 존치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 간 사건 핑퐁으로 길어질 피해자의 고통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소재 일선 차장검사는 "검사도, 경찰도 맡은 사건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있는데 사건이 자꾸 기관 간에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보완수사요구권'만 남으면 책임소재는 사라지고 피해자가 고통받는 기간만 길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mark834@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