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 제도가 사용자에게 하나의 ‘고위험 관리 영역’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사용자는 선택의 여지 없이 움직여야 한다. 사실관계가 불명확하더라도 조사를 개시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당사자 분리 조치도 검토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하면 그 자체로 법적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강서영 법무법인 원 변호사. (사진=원 제공)
결국 회사는 조치를 하지 않아도, 조치를 해도 리스크를 안게 되는 구조 속에 놓인다. 이 부담은 법적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조사 과정에서 생기는 업무 공백, 조직 내 갈등의 확산, 관리자 의사결정의 위축은 기업 운영 전반을 흔든다. 특히 조사가 장기화될 경우 조직 전체가 불확실한 상태에 머물게 되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회사가 떠안는다.
그렇다면 이 구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우선 조사 절차의 객관성과 방어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괴롭힘 사건은 사후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초기 조사 단계부터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조사 과정의 기록화, 당사자 의견 청취, 외부 전문가 참여 등은 결론의 설득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아울러 판단 기준의 명확화가 필요하다. 괴롭힘 여부는 감정이 아니라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반복성·위계성·업무 관련성 등 구체적 요소에 기반한 판단 구조가 정착되지 않으면, 어떤 결론도 쉽게 논란의 대상이 된다.
조치 단계에서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분리 조치나 전보는 임시적 보호 조치인지, 사실상 제재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진다. 조치의 필요성과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 근거를 남겨두는 것이 핵심이다.
신속한 대응과 절차적 보장의 균형도 간과할 수 없다. 괴롭힘 사건은 빠른 조치를 요구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신고인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분쟁을 불러올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대응은 이제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법적 리스크와 조직 운영이 교차하는 영역이다. 제도의 취지는 분명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운영 방식이 정교하지 않다면 사용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는 후퇴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보호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대응 과정의 예측 가능성과 절차적 공정성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신고가 얼마나 늘었는지가 아니라, 그 대응이 얼마나 공정하고 설득력 있었는지를 묻는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다.
■강서영 변호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변호사시험 2회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로스쿨 방문학자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현)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 자문위원 △(현)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현)법무법인 원 소속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