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망인 박모씨는 2021년 4월 23일 증인 2명과 수증자인 김씨가 입회한 가운데 우리은행 예금채권 3건과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등 재산 전부를 김씨에게 증여한다는 취지를 구술했다. 증인 한 명이 이를 받아 적어 낭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변호사인 다른 증인이 전 과정을 영상으로 녹화했다. 박씨는 유언 사흘 뒤 사망했다.
영상 속 박씨 상태는 심각했다. 산소호흡기와 각종 의료기기를 단 채 숨쉬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계좌번호 등을 간신히 말하는 수준이었다. 유언 전체를 스스로 이어 말하지 못했고, 일부 금액 등 세부 사항은 제3자 도움을 받아 기억을 더듬어 전달했다.
김씨는 유언 7일 후 서울가정법원에 검인을 신청해 인용됐고, 우리은행에 예금 9600만여원 지급을 요청했으나 은행 측이 거절하자 2022년 8월 소송을 냈다.
이 사건 핵심 쟁점은 해당 유언이 민법상 ‘구수증서 유언’으로서 효력이 있느냐였다. 구수증서 유언은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자필증서·녹음·공정증서·비밀증서 등 다른 방식의 유언이 불가능할 때만 허용되는 최후 수단이다. 박씨가 당시 녹음 유언을 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가 관건이었다.
원심은 유언 효력을 부정했다. 박씨가 재산 상태와 유증의 의미를 충분히 인지하고 말할 수 있었던 만큼 녹음 방식 유언이 불가능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박씨가 계좌번호 두 개를 어눌하게나마 말할 수 있었던 건 의식이 또렷했다는 사정일 뿐, 유언 전체 취지를 직접 육성으로 녹음하는 정식 절차를 완수할 수 있는 상태였다는 의미와는 다르다고 짚었다. 당시 건강 상태에 비추어 자필증서·녹음 등 방식의 유언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했던 경우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원심이 이를 면밀히 심리하지 않고 구수증서 유언 효력을 부정한 건 법리 오해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