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인공지능 시대의 문해력

사회

뉴스1,

2026년 5월 04일, 오전 07:00

임해중 사회정책부장
글의 맥락을 이해하기 어려울수록 요약본이나 인공지능(AI) 설명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디지털 미디어 이용 증가가 생활에 편리함을 제공했으나 그만큼 문해력은 떨어진다. 어른과 청소년 모두에게 해당하는 문제지만 문해력 부족이 학업성과 및 사고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 현장의 고민은 더 크다.

대통령까지 나서 사흘을 4일로 알고 있는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를 우려했다. 교육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당연히 가져야 할 문제의식이다.

그런데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게 쉽지 않다. 독서와 토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수십 년 이어졌지만, 문해력 저하를 막지 못했다. 많은 책을 학생들에게 쥐여주면, 읽고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공급자 위주 교육에만 의존한 한계다.

한자 교육 부족을 문해력 저하로 연결 짓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말의 70%가 한자어니 표의문자인 한자 뿌리를 알아야 단어 뜻을 명확히 알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언어 진화와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논리적 사고를 간과한 또 다른 암기식 교육이 될 우려가 있다. 어휘 이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문해력 저하를 해결할 정답은 아니다.

문해력 저하의 본질적인 해법은 어원이 아니라 문장과 맥락 안에서 단어가 수행하는 기능을 논리적으로 파악하는 일이다.

우리말을 표현하는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표음문자다. 표의문자가 글자에 의미를 담는다면 한글은 소리를 매개로 문맥 안에서 의미를 역동적으로 생성한다. 따라서 필요한 역량은 암기가 아닌 문맥 속에서의 추론이다.

예컨대 순우리말인 사흘을 모르는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사전에서 의미를 찾게 하는 건 문해력을 끌어올리는 교육과는 거리가 있다. 대신 "금요일에 떠나 일요일에 돌아오는 여정은 사흘이다"는 문장 구조 속에서 금, 토, 일을 엮어 순우리말인 사흘이 삼일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후 사전을 찾아보면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되는 단어의 적절한 의미를 추론할 수 있다. 반대로 특정 맥락에 들어가야 할 정확한 단어 역시 찾는 게 가능하다.

결국 문해력 저하는 행간에 어떤 단어가 들어가는지, 접속사가 문장 방향을 어떻게 전환하는지를 따져보는 훈련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상황을 설정하고 조건을 부여하며, 논리적 단계를 이해해서 설명하는 능력은 AI에 의존하지 않고 AI를 이용할 미래세대에 필요한 역량이다.

독서, 토론과 함께 스스로 의미를 찾도록 안내하는 건 세계적인 명문인 세인트존스 대학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이 대학 학생들은 전공 서적이나 교과서 대신, 인류 역사의 근간이 된 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며 스스로 모르는 단어와 개념의 의미를 찾아간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금일을 모르는 학생이 뜻을 스스로 깨치게 하려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필자 역시 금일이 오늘이라고 설명하는 방법 외에 어떻게 안내해야 뜻을 깨치게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독서와 토론을 수십년 간 강조하면서도 문해력 저하를 막지 못했던 건 정답을 알려주는 편리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성세대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건 아닌지 반문해 본다.

haezung22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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