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모두 잃어"...'의왕 아파트 화재' 윗집은 무슨 죄?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04일, 오전 11:1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부부가 숨지고 6명이 다친 경기 의왕시 내손동 아파트 화재로 “집을 잃었다”는 윗집 주민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최근 의왕 아파트 화재로 인해 집을 잃은 장본인”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지난 1일 SNS에 “정확하게는 우리 부모님, 처음 장만하신 집에서 20년 넘게 사셨는데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으셨다. 눈물도 안 난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허망하게 불타버린 집안이랑 옷가지, 이불, 침대 등 누군가는 건질 수 있을 거라 했지만 오늘 가 보니 건질 수 있는 게 없더라”라며 “바로 아래에서 불이 시작돼서 남들보다 피해가 커서 화재민이 된 상황에 화재보험이 없어서 가재도구에 대한 보상이 너무 작더라. 우스갯소리로 (부모님께) ‘새로 시작하는 신혼부부처럼 다시 시작하자’고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이 참 원망스럽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자식에게조차 손 벌리기 싫어하시는 부모님 모습에 억장이 무너진다”며 “지자체랑 공공기업에서 지원 가능한지도 알아보는데 생활에 필요한 가전, 가구에 대한 보상은 없더라”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업 지원이나 화재민 지원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공유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내용의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잿더미가 된 침대와 휘어진 뼈대만 남은 베란다 창문, 벽지가 불에 타 시멘트가 드러난 천장과 벽 등 참담한 집안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인테리어 전문가와 청소업체, 새집증후군 제거 전문업체, 의류업체 등이 댓글을 통해 돕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위로와 함께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는 댓글도 이어졌다.

이에 피해 누리꾼은 지난 3일 “따뜻한 말들이 우리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됐다”라고 인사했다.

그는 “보험회사에서 건물에 대한 보상 일부랑 가재도구에 대한 보상을 해준다고 하는데 입증은 결국 우리 몫”이라며 “불행 중 다행인 건 우리 집은 이재민 인정이 되어 임시 거처 지원이 되지만 다른 피해 가족은 아직 지원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다른 집들도 상황이 심각한데 당장 갈 곳은 없고 시 지원은 가구당이라 3인 이상 가구들은 주변 숙박시설에는 갈 수 없더라. 당장 임시 거처에 대한 지원이 적어 다들 힘들어 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집 청소 도움 주신다는 분들도 많았는데 우리는 청소 수준을 넘어서 다 철거하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30분께 의왕시 내손동 한 아파트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나 14층 세대 거주자인 60대 남성 A씨가 추락해 사망했고 집 안 화장실에서 A씨 아내인 50대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옷에선 경제적 어려움 등 개인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이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현장 감식에서 주방 쪽 가스 밸브가 열려 있던 것을 확인한 경찰은 “현장에서 인화성 물질은 발견되지 않아 가스 폭발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B씨 부검 결과와 관련해선 “불이 나기 전 이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 부부가 살던 아파트는 지난해 경매에 넘어가 올해 2월에 낙찰됐고, 지난달 소유권까지 넘어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아파트 1개 동은 지상 20층, 지하 1층, 연면적 8800여㎡ 규모로 총 78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2002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당시 16층 이상 층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였던 규정이 적용됐던 관계로 화재가 발생한 14층에는 설치되지 않았다.

‘화재 보상과 보험 가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수건물의 소유자는 화재로 인한 손해 배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화재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특수건물은 16층 이상의 아파트 등 여러 사람이 거주하거나 출입할 수 있는 건물을 말한다.

그런데 그 보장액이 건물에만 한정돼 있고 가재도구나 집기 등은 포함되지 않고, 개인적으로 화재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가구라면 청소 외에 다른 법적 보상은 받을 길이 요원한 셈이다.

화재 원인이 어떻게 규명되느냐에 따라 피해 보상의 방향도 달라진다.

2013년 아파트 아래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피해를 본 위층 주민에게 아래층 주민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있었지만, 화재 발생의 원인에 대한 입증이 우선된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가 화재 가능성이 있는 물건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과실로 불이 났다고 볼 수 있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면서도 “피고의 중대한 과실 때문으로 보기는 어려워 화재 원인, 규모, 피해 정도, 원고와 피고 경제상태 등 제반사정을 감안, 손해배상액 가운데 3분의 1을 경감한다”라고 밝혔다.

화재 때문인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한 데 대해서도 “재산상 손해 배상만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고 결정했다.

이번 의왕시 아파트 화재 사건은 불이 난 가구에 살던 A씨 부부가 사망했기 때문에 이 같은 판례가 적용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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