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0% 낮추자는데"…촉법소년 연령 '현행 유지' 결론 이유는

사회

뉴스1,

2026년 5월 04일, 오후 02:24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2차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제도 현황과 연령 논의 포럼에서 '연령 논의를 넘어선 형사미성년자 제도 보완'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2026.4.15 © 뉴스1 최지환 기자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조정 검토를 위해 정부 최초로 두 달여간 진행한 대국민 공론화의 결론이 '만 14세' 현행 연령 유지로 기울면서 판단 배경에도 관심이 모인다.

연령 하향이 소년 범죄 예방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핵심 근거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교화에 초점을 맞춘 현행 소년법이 면죄부로 인식되지 않도록 기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도 뜻이 모였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한 사회적대화협의체(이하 협의체)는 지난달 30일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연령을 만 14세로 유지하는 내용의 최종 권고안을 의결했다.

협의체 결론은 국민 다수 여론과 괴리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3월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연령 하향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81%로 나타났다. 반대는 13%, 유보는 6%로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협의체에서는 현행 생일이 지난 중학교 2학년 학생(만 14세)부터 적용하는 형사처벌 기준을 하향하더라도 소년 범죄 억제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연령 하향이 청소년 범죄 발생 가능성을 줄일 것이라는 주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근거를 찾기 어렵다. 덴마크에서는 2010년 형사처벌 연령을 1세 낮춘뒤 재범률이 상승해 2년 만에 원상 복구한 사례가 있다.

앞서 두 차례 진행한 공개 포럼에서도 찬반 입장을 균형 있게 다루기 위해 양측 입장을 대변하는 전문가 집단을 물색했지만 연령 하향에 명확히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인사를 찾기 어려워 난항을 겪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내에서는 현행 소년법에 따라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 범죄를 대상으로 최대 2년 이내 기간 소년원 수용 등 보호처분을 할 수 있는 만큼 이미 제도적 행동 통제 기능이 마련돼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계에서는 만약 연령을 하향하더라도 소년법 대신 형법을 적용해 성인에 준하는 징역·금고 실형을 선고하는 비율이 1% 미만에 그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향후 더 어린 연령대를 둘러싸고 같은 논의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관점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최소 한 살은 낮춰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인 것 같다. 성평등부 주관으로 공론화해 보라"며 "숙의 토론을 해 결과와 여론을 보고 논쟁을 거쳐 두 달 후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2026.2.24 © 뉴스1 허경 기자

협의체 결정 배경에는 국제사회 기준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형사책임 최저 연령을 만 14세로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소피 킬라제 유엔아동권리위원장도 지난달 23일 협의체와 화상으로 진행한 면담에서 연령 하향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과제는 현행 소년법에 대한 국민 불신을 해소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권고안에도 연령 논쟁을 소년범죄 예방 정책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교육·복지·법무부 등 관계 부처 전반의 개선 과제가 담겼다.

특히 소년법이 교화와 성장에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낙인효과를 최소화하고 사회로 재기할 수 있도록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정시설 부족 문제는 시급히 해소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소년법상 6호 처분은 교육·교화를 목적으로 한 민간 위탁 시설에서 감호 또는 교육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에 시설이 부족해 만석일 경우 경미한 범죄임에도 소년원 송치에 준하는 8~10호 처분을 받는 사례가 있어 확충 필요성이 제기된다.

피해자 권리 회복을 위해서는 사건 진행 과정에서의 의견 진술권과 절차 참여권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녀의 범죄에 대해 부모가 일정 부분 책임을 지는 미국 등 사례를 참고해 법적 책임을 강화할 필요성도 언급된다.

협의체가 의결한 권고안은 이달 중순 국무회의 안건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령조정 여부에 관한 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두 달여간의 공론화 작업 과정은 백서 형태로 이르면 다음 달 일반에 공개한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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