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입양체계' 도입됐지만 입양까지 551일…표류하는 입양제도

사회

뉴스1,

2026년 5월 05일, 오전 06:00


2020년 10월, 생후 16개월 아이가 양부모의 모진 학대로 숨지는 '정인이 사건'이 발생했다. 정인이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입양된 아이였다.

세간에서는 양부모를 향한 분노가 들불처럼 일어났고, 민간 입양기관을 향한 비판도 거세졌다. 국회에서는 입양을 민간 기관이 아닌 정부가 주도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마침내 지난해 7월 '공적 입양 체계'가 전격 도입됐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는 9개월간 최종 입양 성공 단 1건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입양, 민간 기관 운영서 정부·지자체로 이관…입양 건수는 감소세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국내입양에관한특별법 개정 등을 통해 국가·지방자치단체 중심의 공적 입양 체계가 시행되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입양은 입양 전 상담부터 입양 후 관리까지 입양 절차 전반이 민간 입양기관에 의해 운영됐다.

그러나 개정법 시행 이후 입양 대상 아동은 지자체가 결정하고, 입양 완료 시까지 지자체가 후견인으로 아동 보호 상황을 점검한다.

입양을 원하는 예비 양부모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입양을 신청하고,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상담과 가정조사를 진행한다.

아동과 양부모의 결연은 입양 정책위원회 분과위원회에서 심의한 뒤, 최종 입양 허가는 법원이 결정한다. 입양 후 1년간 사후 관리는 대한사회복지회가 수행한다.

최근 국내외를 포함해 전체 입양아동 수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입양 아동수는 2021년 415명, 2022년 324명, 2023년 229명, 2024년 212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국내 입양 비율은 2021년 54.5%(226명)에서 2024년 72.6%(154명)로 가파르게 상승했고, 국외 입양 비율은 2021년 45.5%(189명)에서 2024년 27.4%(58명)로 줄었다.

다만 정재한 전국입양가족연대 팀장은 "통계만 보면 국내 입양은 활성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통계에는 입양되지 못하고 위탁가정·시설보호 된 아동의 비율이 나와 있지 않다"며 "국내 입양 활성화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내 입양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통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입양절차(출처=아동권리보장원)

늘어지는 절차…아이들은 여전히 '입양 대기 중'
한 아이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만큼 입양 과정에서의 신중함은 중요하다. 문제는 새로운 입양 체계가 도입되면서 절차가 너무 늦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입양 시 아동의 나이가 중요하게 고려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지나친 지연은 자칫 입양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현재 입양 신청부터 가정법원의 입양 허가까지는 평균 551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지난해 7월 이후 공적 입양 체계를 통해 최종 입양이 완료된 사례는 단 1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보연 입양정상화추진부모연대 대표는 절차 지연과 관련해 "근본적으로 준비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공적 체계로 개편하기 전에 약 2년 정도의 기간이 있었음에도 그 동안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양을 위해서는 아동의 후견인인 지자체, 신청을 받는 아동권리보장원, 현재 아동이 머무는 시설 관계자, 예비 입양 부모 간 연결이 돼야 하는데, 너무 다자의 주체가 있다 보니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매뉴얼이 정확히 정해지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재한 팀장은 최근 '국내 입양에 관한 특별법의 제·개정 목적 실현을 위한 법적 과제' 논문에서 "입양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필연적"이라면서도 "국가기관은 본질적으로 '관료적 조정'에 의해 움직이는 기관이므로, 의사결정의 지연과 복잡한 절차에 따른 비효율, 상급자의 명령이나 형식적인 규정 준수를 우선시하는 경향성, 책임 소재 분산에 따른 소극적 태도의 만연 등의 문제를 수반한다"고 밝혔다.

이어 "입양 절차를 민간 기관 운영에서 공공기관 운영으로 전환할 경우에도 이와 같은 관료주의의 폐해를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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