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 작아지고 만삭사진·젠더리빌 뜬다…"소비구조·가족문화 변화"

사회

뉴스1,

2026년 5월 05일, 오전 07:00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태어날 새 생명만을 위한 첫 이벤트가 아닐지 생각합니다. 성별이 중요하다기보단 젠더리빌이라는 장치를 통해 가족, 친구가 더 끈끈해지고 더 기억에 남는 순간을 기록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임신·출산을 기념하는 가족 행사가 간소해지는 동시에 다양해지고 있다. 저출생으로 한 명의 자녀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는 한편 가족 문화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임신·출산을 준비하는 신혼부부 사이에서는 만삭사진 촬영, 태아의 성별을 공개하는 젠더리빌(Gender Reveal) 파티를 비롯한 다양한 축하 행사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의 성대한 돌잔치와 달리 소규모로, 친한 지인 또는 가족과 함께하는 '스몰' 행사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특히 임신 사실, 또는 자녀의 성별을 처음 알리는 순간, 또는 '만삭'일 때의 모습 등 순간의 모습을 세분화해 기념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성민중 씨(35)는 지난 1월 임신 사실을 양가 부모님께 알리기 위해 깜짝 가족 행사를 기획했다. 성 씨는 '우연히 뉴스 인터뷰를 했다'며 직접 제작한 가상 뉴스 홈페이지 링크를 부모님께 전송했다. 성 씨는 해당 '가짜' 뉴스 홈페이지에 담긴 부부의 임신 소식에 양가 부모님이 깜짝 놀랐다 이내 환하게 기뻐하는 모습에 뭉클했다고 전했다.

최근 부모님, 동생 부부와 함께 조카의 성별을 처음 공개하는 젠더리빌을 진행했다는 김예은 씨(34·여)는 직접 '젠더리빌 쿠키'를 구웠다. 쿠키를 쪼개면 드러나는 속 재료인 마시멜로의 색으로 자녀의 성별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하늘색 마시멜로는 아들, 분홍색 마시멜로는 딸을 의미한다.

김 씨는 "어쩌면 그냥 별일 아니게 지나갈 수 있는 일이 더욱 특별하고 소중하게 기억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성 씨도 젠더리빌을 계획 중이다. 그는 양가 가족 및 지인과의 젠더리빌을 위해 온라인 웹페이지를 직접 제작했다. 홈페이지 지인들에게 '딸일지 아들일지' 투표해 보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이후 페이지를 통해 성별도 공개할 예정이다.

성씨는 "지인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과정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아이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풍선이나 케이크, 대관 같은 이벤트는 비용적으로 부담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조리원, 산부인과에서는 산후조리와 함께 '만삭사진 촬영 옵션'이 패키지 상품에 편입된 지 오래다. 셀프 촬영에 나서거나 직접 스튜디오를 고르는 예비 부모의 모습도 적지 않다. 올해 만삭사진을 촬영한 30대 여성 박 모 씨는 "고민했지만 만삭일 때를 추억하기 위해 했다"며 "가족에게만 (사진을) 보여주고 나중에 아이한테 배 속에 있을 때를 보여주려 한다"고 했다.

웨딩스튜디오인 바닐라페이퍼 스튜디오의 이정근 대표(38)는 "2020년부터 만삭 사진 수요가 급격히 많아져 현재는 만삭스냅을 위한 별도의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며 "웨딩 스타일 만삭 촬영이 5년 전에 비해 거의 10배 가까이 늘어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존의 행사들은 규모가 축소됐다. 약 360만 명이 모인 육아 커뮤니티 '맘스홀릭베이비'에선 '돌잔치 어디까지 초대하냐'는 질문글이 지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댓글에서는 '요즘은 지인 초대를 안 좋아한다고 해서 (작게 했다)'는 후기도 여럿 보였다. 이 대표에 따르면 돌잔치 대신 '돌촬영'을 간단히 진행하는 부부도 늘어나는 추세다.

백일잔치는 '백일상'을 대여해 집에서 치르는 식으로 규모가 작아졌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10년 전 대비 검색 수도 '돌잔치'는 32.2%, '백일잔치'는 33.3% 줄었다.

이는 저출생과 변화한 사회구조의 복합적인 영향이라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자녀 수가 줄어들면서 아이에 대한 정서·경제적 집중도가 크게 높아지고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과정을 기념·기록하는 소비가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행의 변화라기보다는 소비 구조와 가족 문화가 바뀐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며 "옛날엔 큰 식당, 뷔페, 레스토랑을 빌려 큰 비용으로 돌잔치를 했는데 요즘은 소규모·분산형 돌잔치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의례 소비에 대한 부담이 행사 규모의 축소로 이어진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 교수는 "인간관계가 좀 더 축소되고 느슨해지면서 '굳이 사람을 초대해서 행사를 치를 필요성이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행사에서 돈을 내야 하고 참석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점점 간단하게 가족끼리만 행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체험적 소비를 중시하는 요즘 세대의 영향이 있다"며 "소셜미디어(SNS)와 방송에 의한 소비주의화는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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