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재범, 징역 5년→벌금 500만"…'뇌물수수' 판사 재판行(종합)

사회

뉴스1,

2026년 5월 06일, 오전 11:43


고등학교 선배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대가로 3300만 원대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는 현직 부장판사가 6일 재판에 넘겨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재판을 매개로 3393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현직 부장판사 김 모 씨(사법연수원 37기·44)와 뇌물을 공여한 고교 동문 변호사 정 모 씨(사법연수원 36기·48)를 각각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및 뇌물공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전주지법 항소심 재판장 재직 시절인 2023년 5월 3일부터 2025년 4월 17일까지 약 2년에 걸쳐 고교 선배인 정 변호사가 대표인 법무법인의 항소심 수임 사건 21건 중 17건에 대해 1심보다 형량을 낮춰 선고한 대가로 3392만 9940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뇌물)를 받는다.

뇌물 수수는 세 방식으로 이뤄졌다. 먼저 김 부장판사는 배우자의 바이올린 교습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정 변호사가 법인 명의로 소유한 상가를 13개월간 무상 제공받아 차임 1467만 원 상당의 이득을 취하고, 교습을 위한 방음시설 등 공사비 1569만 원 상당을 정 변호사에게 대납하게 했다.

또 김 부장판사는 2024년 9월 4일 정 변호사로부터 현금 300만 원이 담긴 견과류 선물상자를 건네받았고(부정청탁금지법 위반), 공사비(1569만 원)가 자신에게 귀속되지 않은 것처럼 꾸미기 위해 배우자가 상가에 설치한 그랜드 피아노를 공사비에 갈음해 양도한다는 내용의 허위 합의해제 서면을 작성(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수처는 김 부장판사가 뇌물을 받은 대가로 정 변호사 법무법인의 항소심 수임 사건 21건 중 17건을 별다른 양형 사유의 변경 없이 감경해 판결했고, 특히 상가를 무상 제공받기 시작한 2024년 3월 이후 선고한 6건 전부에서 원심을 파기했다고 봤다.

(공수처 제공)

김 부장판사가 감경 판결한 항소심 사건은 음주 운전, 마약, 보이스피싱 등 민생범죄가 다수 포함됐다. 음주 운전 전과자가 집행유예 기간 중 또 음주 운전을 한 사건에서 원심 징역 5년을 파기하고 벌금 500만 원으로 낮춰 선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 변호사는 재판 거래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두 사람의 친분이 지역 교도소에 퍼지면서 의뢰인들이 몰렸고, 법무법인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의 수임료를 약정했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특히 정 변호사는 선고일 하루 전에 기존 위임 계약에 없던 '억 단위' 성공보수 조건을 추가했는데, 해당 약정 추가 직전 정 변호사와 김 부장판사가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구속 상태였던 의뢰인은 석방됐고, 성공보수 조건은 실현됐다.

김 부장판사와 정 변호사는 2년간 개인 휴대전화로 190여 회에 걸쳐 통화를 주고받았는데, 두 사람의 통화는 변론 종결일·판결 선고일 등 재판 주요 시점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5월 수사에 착수해 전주지법, 정 변호사의 법무법인 사무실, 피의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 했다. 지난 3월 두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소명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두 달간 추가 보완 수사를 거쳐 불구속 기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 사건은 현직 부장판사가 재판 진행 중인 사건의 변호인으로부터 재판을 매개로 뇌물을 수수한 사실을 밝히고 기소에 이른 이례적인 사례"라며 "앞으로도 전문 수사역량을 바탕으로 사법절차 관련 부패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사법절차 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