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119 신고 접수, 로봇이 화재 진압…재난대응 플랫폼 진화 박차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07일, 오전 05:56

[세종=이데일리 이영민 함지현 기자] “미래 재난에 대비해 소방이 현장대응의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무인소방로봇과 같은 첨단장비를 도입을 확대해서 대원들뿐 아니라 우리가 가진 시스템을 지능화해야 합니다.”

김승룡 소방청장은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화 △첨단화 △지능화 등 향후 소방의 3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김 청장은 이미 소방 역량이 충분히 뒷받침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소방조직에 새 패러다임을 실현할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룡 소방청장이 정부세종청사 소방청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소방청)
◇사람 손 닿기 어려운 재난 증가…AI·로봇 등 첨단기술로 해결

김승룡 소방청장은 지난해 9월 하석곤 전 청장이 윤석열 전 정부의 내란 가담 의혹으로 직위해제된 뒤 6개월간 직무대행으로서 소방 조직을 이끌었다.

김 청장은 3월17일 신임 소방청장으로 임명되기 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와 각종 대형 산불 현장을 이끌었다. 다사다난했던 반년간 행보를 두고 김 청장은 “전국의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 관계기관이 하나로 협력하며 현장을 지켜준 덕분에 큰 공백 없이 대응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제는 소방이 열악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소방의 시스템과 경쟁력이 제대로 알려지면 좋겠다”고 고백했다.

이 같은 바람의 배경에는 재난대응에서 갈수록 커지는 소방의 역할이 깔려 있다. 김 청장은 “최근 재난은 대형화·복합화되고 있고 고온·유독가스·붕괴 위험 때문에 소방대원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난접근성 재난’이 증가하고 있다”며 “인력 중심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대원의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대응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소방은 최근 무인소방로봇으로 대표되는 첨단화 정책에 매진하고 있다. 소방청과 현대차가 공동개발한 무인소방로봇은 유독가스로 인해 접근이 제한된 충북 음성의 화재현장에서 인명수색 작업을 펼치는 등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소방은 전국에 보급된 로봇 4대의 실증운행 결과를 토대로 2년 내에 18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산업계·국방과학연구소와 협력해 공장·창고 등 대형 화재에서 건물 외벽을 파괴하면서 동시에 물을 뿌리는 무인파괴방수차와 무인소방차, 무인드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소방청은 개발 중인 기술들을 토대로 국내 소방산업을 국제 소방산업의 표준으로 글로벌화하겠다고 밝혔다.

AI를 접목한 장비는 소방이 추진하는 차세대 119통합시스템과도 맞닿아 있다. 소방청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AI 기반의 신고분석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다.

김 청장은 “AI 기반 119통합시스템의 핵심은 신고 접수부터 현장 대응까지의 전 과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음성인식 기술로 신고자의 말을 텍스트로 바로 전환하고 사고 유형과 위치, 위험도 같은 핵심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해서 출동 지령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각 시도별로 산재한 19개의 상황실을 중앙에서 통제하고 무인드론과 같은 자원을 연동하는 운영 체계가 수년 안에 만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같이 출동하는데 경찰 예산의 3분의 2…일할 수 있는 구조는 또 다른 과제

제한된 예산과 인력은 소방이 새로운 목표로 향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다. AI를 학습시킬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고, 각 단계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정책사업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 소방청의 국가예산은 3365억원이다. 이중 소방의 R&D 예산은 총 503억원이다. 1년 전보다 64.9% 증액됐으나 여전히 신고 접수 시 함께 출동하는 경찰(682억원) 예산의 73%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지방교육세 일부를 소방 분야로 전환하는 방안과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세제 개편을 포함한 재정구조 개선을 관계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올해 일몰 예정인 지방교육세 중 담배에 부과되는 소비세(1조 6000억원)의 일부(약 7600억원)는 담배가 화재 원인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소방재원으로 활용할 명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에서 협조하는 응급의료기금 역시 10년 전 약 430억원이었는데 지금 422억원 정도”라며 “구급 수요를 생각하면 내년에는 현실성 있게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담배소비세는 담배 소비 행위에 매기는 지방세로 현행 지방세법에는 담배소비세의 43.99%가 지방교육세로 전입돼 시도교육청 재정으로 쓰이게 돼 있다. 담배소비세의 지방교육세 전입을 명시한 지방세법 조항은 올해 말에 일몰될 예정이다. 응급의료기금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급차 보강과 응급의료장비 지원 등 응급의료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편성하는 중앙·시도 기금이다. 소방청이 집계한 지난해 구급출동은 328만 5900여 건, 이송환자는 174만 7900여 명이었다.

김 청장은 “올해 상반기에 내년 일반회계 편성이 이뤄지는데 현재 구조가 그대로 적용되면 지금까지 연구한 사업들이 추진될 수 없다”며 “예산 확보가 이뤄져야 국민이 체감하실 수 있는 것들을 돌려드릴 수 있다. 일할 역량이 있는데 그 구조가 없으면 큰 문제”라고 역설했다.

끝으로 김승룡 청장은 소방을 단순한 출동 기관을 넘어 국가 재난 대응의 핵심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미래 소방의 경쟁력은 사람, 기술, 제도가 균형 있게 함께 가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장 대응 역량과 전문성을 높이고, 교육·훈련과 장비, 시스템이 함께 발전하는 조직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승룡 소방청장은

△1967년 전북 익산 △한국외국어대 독어과 △소방간부후보생 9기 △전남 해남소방서장 △경기 파주소방서장 △중앙119구조본부 수도권특수구조대장 △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장 △전북소방본부장 △행정안전부 장관실 소방정책관 △소방청 대변인 △소방청 장비기술국장 △중앙소방학교장 △강원소방본부장 △소방청 차장 △소방청장

김승룡 소방청장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소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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