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특조위, 용산구청장 등 수사 요청… 유가족 "1년간 헛바퀴"(종합)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08일, 오후 04:28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10·29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송은영 전 이태원역장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박 구청장에는 위증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송 전 역장엔 위증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8일 서울 중구 '이태원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이상철(왼쪽)·위은진 상임위원이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석지헌 기자)
특조위는 8일 서울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제57차 위원회 회의를 열고 두 사람에 대한 수사요청과 피해자 관련 직권조사 사건 20건 조사개시를 의결했다. 수사요청서는 이날 오후 서울서부지검에 제출됐다.

박 구청장에 대해선 참사 당일 재난 초동 대응에 나서야 할 당직 인력을 대통령 부부 비난 전단지 수거에 투입했다는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다. 특조위 조사 결과 당직 근무자들은 이태원 현장 인파 밀집 상황을 확인하고 재출동을 준비하던 찰나 전단지 수거에 투입돼 약 1시간 30분간 재난 초동 대응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철 특조위 위원장 직무대행은 “전단지 수거 작업이 없었다면 현장에 출동할 예정이었고 그로 인해 차질이 생긴 건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 구청장은 지난 3월 청문회에서 사전 업무 협의 사실을 부인했으나 특조위는 이 증언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당시 박 구청장은 용산경찰서로부터 전단지 수거 요청을 받은 사실에 대해 “비서실장에게 통화를 한 번 해보라고만 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특조위는 관계자 진술, 통화 내역,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근거로 이 증언이 허위라고 봤다. 특조위는 박 구청장이 참사 발생 후 경호처 단장에게 전단지 제거 사진을 전송한 사실도 확인했으며, 경호처의 사전 지시 여부는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 전 역장에 대해선 참사 당일 경찰로부터 지하철 무정차 통과 요청을 받았음에도 이를 부인했다는 위증 혐의가 적용됐다. 송 전 역장은 청문회에서 “사전에 무정차 통과 협의를 한 적 없고 당일 경찰의 요청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특조위는 수사기록상 다수 참고인 진술, 전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의 청문회 증언 등이 이와 배치된다고 봤다.

특조위는 “이번 수사요청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형사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을 수사기관이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유가족들도 참석했는데, 브리핑 내내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전날(7일) 송기춘 위원장이 일신상 이유로 사임한 데다 참사 진상규명을 총괄하는 한상미 조사국장의 부실조사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었다. 유가족들은 임기를 4개월 앞두고 수장이 떠나고 조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유가족들과의 소통도 사실상 끊겼다고 비판했다.

한 유가족은 브리핑 질의응답 도중 “작년 6월 출범해서 다음 달이면 1년인데 헛바퀴 돈 것 아니냐. 위원장은 임기도 못 채우고 몇 달 남겨두고 그만두고 조사국장은 재택근무한다는데 어떻게 진실을 밝히냐”고 쏘아붙인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다른 유가족은 “수사요청 같은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유가족이 전혀 알 수 없었고, 청문회 이후 간담회도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브리핑장 엘리베이터 앞에는 ‘부실조사 진상규명 진행하라’는 종이가 붙어 있기도 했다.

특조위 측은 “경찰·소방·구청 등 관련 기관에 대한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상당한 부분에서 성과도 있다”며 “조만간 유가족 간담회를 열어 향후 조사 계획을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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