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챗GPT)
3년 정도 하려던 기러기 생활은 한해 한해 더해져 8년을 이어졌습니다. 저는 두 아이를 위해 열심히 해외 생활을 꾸려갔습니다. 남편이 힘들면 언제든지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남편은 아이들이 원하면 더 있으라 했죠.
그런데 1년 전부터 남편이 생활비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진 빚이 많아 힘들다는 거에요. 아이들의 연락도 받지 않고 상의를 하고 싶지만 연락도 잘 안 됩니다. 저는 친정 부모님 도움으로 1년 넘게 유학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남편이 저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남편의 소장을 받은 저는 너무 놀라 어이가 없었습니다. 남편은 가족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우울증이 왔었고 이러한 남편을 돌보지 않은 저에게 책임이 있다면서 이혼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저는 모든 일을 남편과 상의했고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이혼 소송을 낸 남편의 너무나 의심스러워요. 저는 이혼을 원치 않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남편이 제기한 이혼 소송이 받아들여질까요?
△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현재 우리 법원은 유책주의를 택하고 있습니다. 유책주의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원칙인데요. 사연의 경우 남편은 1년 여 간 아내에게 생활비를 보내지 않았고, 아내와 자녀들과의 연락도 받지 않는 등 부부 간 부양·협조 의무 이행을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남편이 생활비 지급을 중단하기 전부터 사연자에게 경제 상황을 논의하거나 귀국을 요청하는 등의 사정이 있었다면 무조건 남편을 유책배우자로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 사연자 아내가 소장을 받았다면 어떻게 대응하면 될까요?
△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일단 사연에서 남편이 사연자에게 자신의 상황을 논의하거나 귀국 등을 요청한 사정들은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으니, 이러한 사정이 없다고 가정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연자는 이혼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준비하되, 사연자 부부의 혼인관계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되지 않았고 혹시라도 파탄이 됐다면 이는 남편의 잘못으로 인한 것임을 순차적으로 주장해야 합니다. 남편이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 예를 들어, 생활비 지급을 중단한 내역, 가족과의 연락이 끊긴 정황, 자녀를 혼자 양육해 온 상황 등 관련 증거를 정리해 제출할 필요가 있으나, 사연자 부부의 별거가 이미 오래된 상황에서 자칫 남편의 잘못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사연자에게 과연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장의 정도를 잘 조율해야 합니다.
- 이런 경우 가사조사도 하게 되나요?
△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이혼 소송에서는 혼인 파탄의 원인이나 자녀 양육 상황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을 때 가사조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연에서처럼 다른 일방이 이혼을 원치 않는 경우나 누구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는지를 다투고 있는 경우,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비교적 가사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연자처럼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가사조사를 잘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 배우자와 혼인을 유지하고 싶어서 이혼 청구 기각을 원하는 분들도 있지만, 오기와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보유한 재산이 많아 실제로는 이혼을 원하지만 재산분할을 피하고자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 등 진심과 표현이 다른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가사조사관은 이혼을 원치 않는다는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파악하는데 초점을 두고 가사조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연자는 남편과 혼인을 유지하고 싶은 이유를 객관적으로 전달하는데 집중해야 하고, 혼인 파탄의 원인이 남편에게 있다며 너무 비난하거나 책망하는 언행은 삼가는 게 좋습니다. 남편의 가장의 무게가 무거운지 몰라서 미안했고 소송을 계기로 남편의 우울증 등 사정을 알게 됐으니 앞으로 함께 상처를 봉합하도록 노력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지금 남편이 생활비를 안 주고 있는데요. 양육비 청구도 가능할까요?
△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이혼을 원치 않는 당사자임에도 이혼소송 중 자녀의 양육비나 생활비를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법원에 사전처분을 신청하는 것인데요. 사전처분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임시의 양육비 지급이나 면접교섭 등 법원이 각 당사자에게 의무이행을 하도록 명하는 제도입니다. 법원이 사전처분결정을 내리면, 양 당사자는 판결선고시까지 해당 결정에 따라 자신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데요. 법원이 남편에게 임시 양육비의 지급을 명하는 사전처분결정을 내리게 되면 남편은 판결선고시까지 매월 정해진 양육비를 사연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사전처분결정을 위반할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제재도 가능합니다.
다만 사전처분은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결정에 불과합니다. 사연에서 이혼 기각 판결이 내려진다면 더 이상 남편에게 사전처분 결정대로 이행할 것을 강제할 수 없습니다. 소송이 종결된 이후에도 남편이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사연자가 남편을 상대로 부양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