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검사 믿다 치료 놓칠수도”…성병키트 도입에 산부인과 반발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12일, 오전 10:40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성매개감염 자가검사키트 도입 추진을 둘러싸고 여성 건강과 공공 감염병 관리 체계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병원 진료 없이 스스로 검사하는 방식이 오진과 치료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특히 임신부와 무증상 감염 여성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독을 일으키는 나선형(스피로체) 박테리아 Treponema pallidum.(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행정예고한 ‘자가검사용 성매개감염체 면역검사시약’ 신설안을 즉각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행정예고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가 병원 방문 없이 자가검사키트를 통해 스스로 검체를 채취해 매독, 임질, 클라미디아 등 성매개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식약처는 검사 접근성을 높이고 조기 발견을 통해 감염 확산을 줄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사회는 실제 의료 현장의 상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의 성매개감염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단순 자가검사만으로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서다. 클라미디아 감염은 여성 환자의 70~80%, 임질은 절반 이상이 별다른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사회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내진, 검체 채취, 추가 검사, 병력 확인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자가검사 결과만 믿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골반염이나 불임, 자궁외임신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임신부 관리 문제를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았다. 매독이나 클라미디아, 임질 등에 감염된 임신부는 조산이나 신생아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는데, 자가검사만으로는 현재 감염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의사회는 “자가검사를 믿고 산전 검사를 미루게 되면 피해가 산모뿐 아니라 태아와 신생아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성매개감염병은 환자 개인 치료만으로 끝나는 질환이 아니라 상대방의 검사와 치료, 재감염 예방 교육까지 함께 진행돼야 하는데 자가검사는 이런 관리 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 감염병 신고와 역학조사 체계에도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의사회는 “우리나라는 건강보험과 산부인과 접근성이 높고 무료 익명검사 체계도 갖춰져 있다”며 “해외 일부 국가 사례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 건강과 모자보건은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전문 의료체계 안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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