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에도 '리니언시' 통했다…"자수로 드러난 주가조작"

사회

뉴스1,

2026년 5월 12일, 오후 02:08


검찰이 유명 주가조작 전문가와 증권사 간부, 인플루언서 남편인 재력가, 전직 축구선수 등으로 이뤄진 코스닥 상장사 시세조종 일당을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시세조종과 관련해서는 처음으로 범행 당사자가 자수해 수사에 착수한 '리니언시(자진 신고자 형벌 감면) 1호' 사건으로, 향후 자본시장 범죄 전반에서 공범의 선제 자진신고를 유도하는 핵심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 범죄 합동수사부(부장검사 신동환)는 지난 8일 코스닥 상장사 시세조종 일당 중 총책급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공범 6명을 불구속·약식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1명은 지명수배로 기소중지 상태라고 했다.

이들은 2024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쯤까지 다수의 차명계좌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 주식에 대한 다량의 시세조종성 주문을 제출해 최소 14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과정에서 통정·가장매매 265회, 고가매수주문 1339회 등 다량의 시세조종성 주문을 제출해 위 주식을 최소 289억 원 상당 거래(약 844만 주 매도·매수)함으로써 주가를 조작, 상승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시세조종 리니언시 1호'…자수자 신청으로 수사 착수
이 사건은 특히 시세조종과 관련해서는 처음으로 자수자가 대검찰청에 접수한 리니언시 신청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리니언시는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위반 행위를 자진신고하거나, 타인의 죄에 대해 진술·증언하며 수사에 협조할 경우 형사 처벌을 감면받을 수 있는 제도다.

1978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리니언시 제도는 유럽연합(EU)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전체가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처음 도입했다.

그동안 리니언시는 공정거래법상 담합 사건에서 주로 활용돼 왔으며, 2024년 1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미공개 정보 이용과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 불공정행위에도 그 적용이 가능해졌다.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부는 리니언시 신청 정보를 단서로 검사, 수사관·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 파견 인력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렸다. 이들 전담팀은 압수·수색 후 약 2개월 10일 만에 주가조작 범행의 전모를 밝히고, 범죄수익환수부와 연계해 관련된 불법자산을 동결했다.

"은밀한 시세조종, 리니언시로 효율·신속 규명" "절차적 투명성 확보 중요"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시세조종 사건을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규명할 수 있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브리핑 당시 "3대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미공개 정보 이용·시세조종·사기적 부정 거래) 중에서 시세조종이 적발되기 가장 어렵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측면이 있는데, 이러한 시세조종 유형의 전모를 신속하게 규명할 수 있는 제도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시세조종은 몇몇 사람이 은밀히 공모해 진행하는 범행인 탓에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고, 거래 당시 의도를 입증하기도 어려워 간접사실 위주로 입증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리니언시를 통해 효율적이고 신속한 증거 수집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가 자수를 통해 적발된 첫 시세조종 리니언시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유사 수사에서 선례로 활용될 수 있고, 형벌 감면 혜택이 알려지거나 장기적으로는 포상금 제도와 연계될 경우 수사 협조도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문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이번 '시세조종 리니언시 1호' 사건은 주가조작 공범이 먼저 자백하고 협조해 수사가 이뤄진 첫 사례로, 이런 방식이 얼마나 공정하고 효과적인지 시험하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 의의를 짚었다.

문 변호사는 "향후 리니언시는 주가조작·미공개 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범죄 전반에서 공범의 선제 자진신고를 유도하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범행 주도자의 사실상 면죄부, 공범 간 형평성 논란, 진술 왜곡·남용, 감면 기준의 불투명성 등으로 제도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우려가 있어 절차적 투명성 확보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공범이 많아 자수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자수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k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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