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치매 환자 더 위험하다"…고령층 인지기능 저하 가속

사회

뉴스1,

2026년 5월 14일, 오전 06:30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김진환 기자

여름철(6~8월) 폭염이 단순한 온열질환을 넘어 치매 환자의 입원과 응급실 방문 위험을 높이고, 고령층 인지기능 저하까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로 극한 폭염이 잦아지는 가운데 고령 인구 증가와 맞물리면서 폭염이 노년층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새로운 공중보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진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폭염과 치매의 연관성' 논문을 한국산학기술학회 논문지를 통해 발표했다. 2016년 이후 최근까지 발표된 논문 등 문헌 273건을 확인, 이중 검토·분석을 통해 폭염과 경도인지장애, 인지기능 저하, 치매 관련 연구 8건을 종합했다.

최종 검토 연구에는 한국과 미국, 독일, 프랑스, 중국, 대만에서 수행된 연구가 포함됐다. 한국 연구는 65세 이상 노인 105만 7784명을 다뤘고, 이 가운데 치매 환자는 7만 8424명이었다. 미국 연구 중 하나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 치매가 있는 메디케어 대상자 332만 9977명을 분석했다. 중국 연구는 60세 이상 치매·알츠하이머병 사망 39만 9036건을 대상으로 했다.

논문은 폭염이 치매에 두 방향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장기간 높은 기온 노출은 인지기능 저하 가속화와 연관됐다. 미국과 중국, 대만 연구에서는 고온 노출이 길어질수록 인지기능 저하가 가속화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이미 치매를 앓는 환자에게는 폭염이 더 직접적인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연구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 치매가 있는 노인이 극심한 폭염에 노출된 직후 입원 위험이 증가한다고 봤다. 독일 연구는 치매 환자가 폭염 기간 입원하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프랑스 연구는 폭염 기간 치매 관련 응급실 방문이 늘었다고 보고했다.

해외 대규모 연구에서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됐다. 미국의학협회 내과학 학술지(JAMA Internal Medicine)에 실린 미국 연구는 2000~2018년 메디케어 자료를 활용해 65세 이상 알츠하이머병·관련 치매 환자의 입원 위험을 분석했다. 지역별 온열지수 상위 1% 폭염에 하루 노출됐을 때 입원 가능성을 비교한 통곗값은 1.02였다. 4일 연속 노출됐을 때는 1.04로 높아졌다. 기준값을 1로 볼 때 수치가 1보다 크면 입원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한다.

이를 인원 단위로 보면 폭염 하루 노출 때 1000명당 추가 입원은 0.8건이었다. 4일 연속 노출 때는 1000명당 1.7건으로 늘었다. 연구진은 미국 내 알츠하이머병·관련 치매 환자 약 670만 명에 이를 적용하면 폭염 하루가 치매 관련 추가 입원 최소 5360건과 관련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응급실 방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환경보건 학술지(Environmental Research)에 실린 연구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미주리, 노스캐롤라이나, 뉴저지, 뉴욕 등 5개 주에서 2005~2018년 알츠하이머병·관련 치매 응급실 방문 347만 9420건을 분석했다. 3일 누적 평균기온이 중간 수준에서 상위 5% 수준으로 오를 때 치매 관련 응급실 방문 통곗값은 1.042로 나타났다.

인지기능 저하와의 관련성도 보고됐다. 역학·지역보건 학술지(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에 실린 미국 연구는 2006~2018년 52세 이상 고령자 조사자료를 분석했다. 이 연구는 폭염 누적 노출이 흑인 고령자와 빈곤 지역 거주자의 빠른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됐다고 봤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보면 치매는 이미 큰 보건 부담이다. WHO는 2021년 전 세계 치매 환자를 5700만명으로 추정했고, 매년 신규 환자가 약 1000만명 발생한다고 밝혔다. 치매는 전 세계 사망 원인 7위이자 노년층의 장애와 의존을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제시됐다.

한국도 치매 부담이 작지 않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995만 5476명,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수는 약 91만 명이다. 추정 치매 유병률은 9.15%로 집계됐다.

폭염 자체의 건강 위험도 커지고 있다. WHO는 65세 이상 인구의 열 관련 사망률이 2000~2004년과 2017~2021년 사이 약 85%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0~2019년에는 해마다 약 48만 9000명이 열 관련 원인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번 국내 논문은 기존 연구를 모아 정리한 것으로, 연구마다 폭염을 정하는 기준과 대상, 분석 방식도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이 연구는 폭염을 단순한 온열질환 문제가 아니라 노인 인지 건강 문제로도 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치매 환자 규모, 지역별 폭염 노출, 냉방 접근성, 독거 여부, 의료 이용 자료를 함께 분석해야 폭염 취약계층 보호 대책도 더 정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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