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 전경. © 뉴스1 박세연 기자
탄광에서 일하다 진폐증 진단을 받은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장해일시금 및 위로금이 수십 년 늦게 지급됐다면 '지급결정일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금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전직 탄광 근로자 A·B 씨 유가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미지급 보험 급여 및 미지급 위로금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말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B 씨는 탄광에서 일하다 1997년, 2002년에 각각 장해등급 제11급과 제13급의 진폐 진단을 받았다.진폐증은 석탄·규산·석면 등 미세한 분진을 장기간 흡입해 폐가 굳어지는(섬유화) 심각한 직업성 호흡기 질환으로 완치가 어렵다.
두 사람은 이후 합병증으로 요양하던 중 사망했는데, 근로복지공단은 2018년과 2019년에 A·B 씨의 배우자들에게 장해일시금과 진폐장해위로금을 지급했다. 진폐증 진단을 받은 지 17~21년이 흐른 뒤였다.
문제는 근로복지공단이 장해일시금과 위로금을 산정한 시점이었다. 공단은 17~21년이 지나서야 일시금과 위로금을 지급하면서 정작 금액 산정은 두 근로자가 진폐 진단을 받았던 1997년과 2002년을 기준으로 했다.
최저임금으로만 계산해도 1997년 시급은 1400원, 2018년 시급은 7530원으로 무려 5.4배 증가했는데, 일시금과 위로금 액수를과거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유가족은 "지급결정일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차액(미지급분)을 청구했는데, 근로복지공단은 "진폐 진단일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1심과 2심은 모두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공단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지급을 거부하거나 늦춤으로 인하여 보험급여의 실질적 가치가 하락한 경우에는 보험급여 지급결정일까지 평균임금을 증감해야 한다고 본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A·B 씨의 진폐 진단일을 기준으로 장해일시금 등을 산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특히 1심은 "A·B 씨에 대한 장해일시금 등의 지급결정은 진폐 진단일로부터 각 17년, 21년가량이 경과된 후에서야 비로소 이뤄졌고, 망인(A·B 씨)들이나 원고들의 잘못으로 지급결정이 지체됐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질책했다.
법원은 A·B 씨에 대한 장해일시금과 위로금 미지급분(차액)은 자녀 등에 상속될 수 없다는 공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은 유족이 그 보험급여의 수급권을 수급권자로부터 승계하는 비일신전속적 재산권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장해위로금도 본질이 손해배상인 비일신전속적 재산권으로서 산재보험법령상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 상속에 관한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판결했다.
2심은 보험급여 지급결정일을 기준으로 장해급여 등을 산정하면 해당 기간 휴업급여와 장해급여의 중복지급이 가능해져 장해보상연금을 선택한 다른 진폐근로자와의 차별이 생기고, 2266억 원의 추가 예산이 발생한다는 공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사정판결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진폐증 진단 후 퇴직한 근로자의 증세 악화로 장해등급이 상향된 경우 추가 장해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재해위로금 계산법'을 설시한 바 있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탄광 근로자의 진폐 재해보상금 산정 기준을 '지급결정일의 평균임금'으로 확정하면서 재해위로금 계산법을 한층 더 구체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dongchoi8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