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 다목적실에서 고(故) 이선재 교장의 추모식이 열렸다. 2026.5.15. © 뉴스1 소봄이 기자
일성여자중고등학교 학생들과 교직원, 동문이 스승의 날인 15일 고(故) 이선재 교장을 추모하며 눈물을 흘렸다.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만학도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교육자의 마지막 길 앞에서 이들은 "학교를 지켜달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일성여중 다목적실에서는 이 교장 추모식이 열렸다. 매년 스승의날 기념식이 열리던 자리였지만 올해는 지난 10일 별세한 이 교장을 기리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추모식에는 졸업생과 재학생, 교직원, 유가족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검은색 옷을 입고 온 학생 중 일부는 추모식 시작 전부터 눈물을 글썽였다. 벽에는 '따뜻한 가르침과 사랑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유가족 대표로 나선 장남 이원준 세종대 교수는 "아버지는 늘 학교·학생·졸업생 생각으로 가득한 분이었다"며 "지난해 신입생 모집 이후에는 올해 입학할 학생들을 계속 걱정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3월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입학식에는 참석하셨지만 신입생들의 졸업식을 함께하지 못하게 된 것을 가장 원통해하실 것 같아 가족들도 마음이 아프다"며 "아버지께서 평생 지켜오신 이 배움의 터전을 오래 사랑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학생 대표 추모사에 나선 고연희 학생회장은 "오늘은 스승의날이라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를 줄 알았는데 꿈에도 생각 못 한 추모의 글을 올리게 됐다"며 "교장 선생님은 늦은 배움에도 결코 늦음은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참 스승이었다"고 했다.
15일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 다목적실에서 고(故) 이선재 교장의 추모식이 열렸다. 2026.5.15. © 뉴스1 소봄이 기자
김신일 전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찬남 한국문해교육협회 전 부회장, 박서정 총동문회장 등의 추모사와 추모시 낭독, 생전 영상 상영이 이어지자 학생들은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이후 스승의 은혜 제창과 헌화·추념이 진행됐고 학생들은 영정 앞에 국화를 내려놓으며 고인을 추모했다.
추모식이 끝난 뒤 학생들은 화면 속 이 교장을 향해 "굿모닝 썰,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손하트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졸업생 김영숙 씨(67)는 이 교장에 대해 "우리가 수렁에 빠졌을 때 건져주신 분이다. 제 삶의 버팀목이었고 자존감을 높여주신 좋은 분이었다"고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고등학교 2학년인 김향숙 씨(82)는 "학교에 다니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떠진 것 같다"며 "학교가 없어질 수 있다니까 너무 슬프다.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문을 닫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1학년인 김복자 씨(71)는 "이선재 선생님은 사랑 그 자체였다"며 "학교에 오면 늘 힘을 얻었고 졸업장은 제 인생의 큰 자부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졸업하기까지 2년 남았는데 그 안에 교육계와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서 학교를 지켜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1963년 개교한 일성여중고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 학습자와 고령층을 위한 대표적인 만학 교육기관이다. 지금까지 약 6만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최고령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가 나오는 학교로도 알려져 있다.
다만 현행 평생교육법상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은 법인 형태로 운영돼야 하는데, 일성여중고는 법 개정 이전 개인 설립 형태로 운영돼 왔다. 이 때문에 학교 운영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향후 법인 전환 절차가 필요하다.
학교 측과 교육 당국은 재학생 학습권 보호를 위한 운영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법인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재 재학생들이 졸업하는 2028년 이후에는 운영 지속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b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