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늦은 진폐 보험금…대법 "지급결정일 기준 액수 산정해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15일, 오후 01:05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탄광에서 일하다 진폐 진단을 받은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보험급여 및 위로금을 늦게 지급했다면, 진폐 진단일이 아닌 지급결정일을 기준으로 액수를 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또 이 과정에서 해당 근로자는 물론 다음 수급권자인 유족마저 사망한 경우, 그 유족의 상속인에게 수급권이 상속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사진=연합뉴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탄광에서 일하다 진폐증으로 사망한 A·B씨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미지급 보험급여 및 미지급 위로금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B씨는 탄광에서 일하다 각각 1997년, 2002년 장해등급 제11급과 제13급의 진폐 진단을 받았다. 진폐증은 석탄·규산·석면 등 미세한 분진을 장기간 흡입해 폐가 굳어지는 직업성 호흡기 질환으로, A·B씨 역시 합병증으로 요양하던 중 사망했다.

문제는 근로복지공단이 20여년이 지난 2018년 7월과 2019년 3월 A·B씨에 각각 진폐 진단일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장해일시금 및 진폐장해위로금 지급하면서 불거졌다. 유족들은 이같은 장애일시금 및 진폐장해위로금 등의 기준이 지급결정일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돼야 한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모두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A·B씨에 관한 장해일시금 등의 지급결정은 각 진폐 진단일로부터 각 21년, 17년 가량이 경과한 후에서야 비로소 이루어졌다”며 “그런데 망인들에 관한 장해일시금 등의 지급결정이 이토록 늦어지게 된 것은 망인들이나 망인들이나 원고들의 잘못으로 지급결정이 지체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보장한 ‘평균임금의 증감 제도’를 언급하면서 “오랜 기간이 지난 후 보험급여를 받을 때 평균임금을 산정할 사유가 생긴 날인 재해일 또는 진단 확정일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해 보험급여액을 정할 경우 실질적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시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지급을 거부하거나 늦춰 보험급여의 실질적 가치가 하락한 경우에는 보험급여 지급결정일까지 평균임금을 증감해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2심과 대법원 역시 1심의 이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법원은 보험급여 및 위로금의 수급권 상속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1심 재판 중 B씨의 배우자가 사망하면서 근로복지공단이 ‘B씨의 자녀에 수급권을 상속할 수 없다’ 주장한 데 대한 판단이다.

2심 재판부는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자인 근로자가 사망한 이후 산재보험법에 따른 선순위 유족이 사망한 경우 재산권의 상속에 관한 일반법인 민법의 규정에 따라 그 선순위 유족의 상속인에게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이 상속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이같은 판단을 유지하고, 근로복지공단 상고를 기각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