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는 한국과 MOU를 체결한 17개국에 대해 매년 한국이 배정하는 인력 쿼터에 따라 각국 인력송출 당국이 선발한 인력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 선발 과정의 첫 단계는 한국어능력시험(EPS TOPIK·Test of Proficiency in Korean)입니다. 그 합격자를 대상으로 다음 단계로 필수인 기량(skills) 테스트와 선택인 업무능력 판정을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발합니다.
한국어능력시험은 100점 만점에 읽기 20문항, 듣기 20문항 등 총 40문항의 4지선다형 문제가 출제되며 시험 시간은 50분입니다. 필수인 기량 테스트는 100점 만점으로 악력 등 기초체력, 인터뷰(면접), 단순노동에 필요한 기본 기량 테스트로 구성되며, 선택인 업무능력 판정은 경력·학력 등을 기준으로 5점 내의 가점으로 평가됩니다.
공종렬 행정사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최근 수행한 ‘외국인근로자(E-9) 한국어 수준 실태조사 및 한국어 교육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비전문취업비자(E-9)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들은 이들의 한국어 능력과 관련해 말하기 항목에서 48.7%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작업지시 이해(48.9%)’와 ‘안전수칙 파악(37.6%)’ 등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단은 올해부터 한국어능력시험 합격 기준을 상향하고, 말하기 역량의 효과적 검증을 위해 면접 배점을 확대했으며, 평가 내용을 ‘작업지시 이해도’ 및 ‘안전 인식 제고’에 초점을 맞춰 보완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EPS TOPIK)을 치른 수험생들은 일반 토픽 시험과 달리 분야별 문제들이 정해진 비율에 따라 배분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어떤 분야는 문제가 많이 나오고 어떤 분야는 하나도 나오지 않으며, 4지선다 답안 번호 분포도 일부 편향되는 현상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또 기량 테스트 인터뷰 과정에서 자기소개나 가족관계 등에 대해 한국어로 답변하도록 하고는 있으나, 인터뷰 시험관의 전문성과 이해 부족으로 실제 발음의 정확도나 답변 내용에 대한 판별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질문 내용 역시 예측 가능해 “외워 답변하면 그만”이라는 현장의 목소리도 큽니다.
◇외국인근로자의 한국어 능력, 생산성과 직결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노동인력 수입국 중 하나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의 생산을 떠맡고 있는 기업과 업소들에 고용돼 있습니다. 고용은 생산을 위한 노동력 확보 과정으로서 생산과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노동의 효율성을 뜻하는 노동생산성은 GDP, 즉 생산량이나 생산물 가격을 총 노동시간으로 나눈 값입니다. 노동생산성은 일반적으로 근로자의 숙련도, 자본의 집약도, 과학기술의 적용 수준, 생산 과정의 우회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국가 경쟁력을 비교할 때 중요한 지표로도 활용됩니다.
그러나 이미 한국의 생산현장은 비전문취업비자(E-9) 외국인 고용 없이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생산현장에서 노동생산성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외국인근로자들의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이 되어버렸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의 권익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따라 보호되고 있으며, 한국이 1991년 가입 이후 비준한 ILO 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습니다. 이 가운데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동등 보수 및 차별 금지를 규정한 ‘고용상 평등’ 협약도 있습니다. 즉 외국인 노동자를 한국인과 차별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원론적으로 노동의 대가인 급여는 노동생산성에 비례해 책정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비전문취업비자(E-9)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이 동일한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한국인 근로자와 같은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양자의 노동 가치가 동일한지 역시 연구해 볼 문제입니다. 근로 현장에서의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 차이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은 내·외국인 구분 없이 제도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적용돼야 한다고 합니다. 현재 제도는 이러한 생산성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PS-TOPIK 강화와 체류 연장 연계 필요
이제는 노동생산성의 관점에서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 문제가 검토되고 정책 대안이 수립돼야 할 때가 됐습니다.
우선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EPS TOPIK) 커트라인을 연차적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국가별 인력 쿼터를 다 채우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방침을 각국에 사전 고지해 한국 취업을 희망하는 인력들이 그에 맞춰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비전문취업(E-9)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 기간에 차등을 두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취업 후 1년 6개월 이내 일반 토픽(TOPIK) 2급 이상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면 비자 연장을 보류하거나, 체류기한 상한선인 최초 3년 이내 일정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4년 10개월까지 가능한 체류기간 연장을 불허하는 방식입니다.
비전문취업(E-9) 외국인근로자가 숙련기능인력(E-7-4)으로 체류자격을 변경할 때 토픽 2급 이상 자격을 필수 조건으로 요구하는 것도 같은 취지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어연수(D-4)나 유학(D-2) 비자로 입국한 유학생들도 한국 체류 6개월이 지나거나 토픽 2급 이상인 경우에 한해 체류자격 외 아르바이트를 허용하는 현행 규정과 비교해 형평에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비전문취업비자(E-9) 외국인 근로자들은 전업으로 고용돼 취업하는 인력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능력은 ‘복지’ 아닌 생산 인프라
이제는 외국인근로자들에게 우리의 생산현장에서 필요한 일정 수준 이상의 말하기 능력과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을 기본 조건으로 요구하고 제도화할 때가 됐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에 오고자 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외국인근로자들 역시 자기발전의 관점에서 한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 스스로 투자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투자는 우리의 낮은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