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에서 관광객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계절을 세 달씩 나누는 방식은 투박해 보이지만 과거 기상 자료를 보면 현실과 맞아떨어졌다. 봄은 대체로 3월 중순, 여름은 6월 중순, 가을은 9월 중순, 겨울은 11월 말에 시작됐기 때문이다. 3월부터 봄, 6월부터 여름이라고 보던 감각이 틀리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계절의 시작이 달라졌다. 봄과 여름은 빨라졌고 가을과 겨울은 늦어졌다. 우리는 여름이 빨라진 탓에 봄이 사라졌다고 느끼지만 기상 자료를 보면 봄은 더 일찍 시작됐고 여름 전까지의 기간도 오히려 늘어났다. 다만 빨라지고 길어진 여름이 봄의 존재감을 흐렸을 뿐이다. 최근에는 여름이 5월 하순부터 10월 초까지 이어져 4개월을 훌쩍 넘긴다.
계절의 변화는 먼저 일상에서 느껴진다. 예전에는 처서가 지나면 더위가 한풀 꺾이고 9월이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제는 9월에도 한낮 더위가 이어지고 10월 초에도 거리에서 반팔 차림을 볼 수 있다. 가을은 늦게 오고 짧게 머문다. 계절이 달라지면 옷차림과 냉방비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농작물 출하, 여행과 축제, 학교와 일터 일정도 영향을 받는다.
일상보다 더 민감한 것은 농업과 생태계다. 꽃피는 시기와 벌의 활동 시기가 어긋나면 열매를 맺는 과정도 흔들릴 수 있다. 겨울이 짧아지면 월동 해충이 살아남기 쉬워지고 봄이 빨라지면 늦서리 피해도 커질 수 있다. 사과 재배 적지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봄꽃 축제가 앞당겨지는 일은 단순한 풍경 변화가 아니다. 한반도의 계절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는 신호다.
변화는 바다에서도 나타난다. 수온이 오르면 물고기의 이동 경로가 달라지고 잡히는 어종도 바뀐다. 동해의 대표 어종으로 여겨지던 명태와 오징어가 줄고 따뜻한 바다를 따라 이동하는 어종이 늘어나는 식이다. 바다의 변화는 시장과 밥상으로 이어진다. 계절의 변화는 먼 북극의 빙하만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하는 먹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건강에도 변화는 이어진다. 봄이 빨라지면 꽃가루 알레르기 기간이 길어지고 여름이 길어지면 모기와 진드기처럼 질병을 옮길 수 있는 생물의 활동 기간도 늘어날 수 있다. 물론 계절 변화가 모두 재난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난방비 부담이 줄거나 일부 작물의 재배 가능 기간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변화의 속도다. 사람과 도시와 산업은 오랫동안 익숙한 계절 리듬에 맞춰 움직여 왔다. 그 리듬이 빠르게 바뀌면 개인의 적응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폭염 대책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는 무더위 쉼터 확대, 도시숲 조성, 취약계층 냉방 지원 등의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폭염을 7월과 8월의 돌발 재난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여름이 5월 하순부터 10월 초까지 이어지는 계절이 되었다면 대응의 시간표도 넓어져야 한다. 쉼터 운영, 냉방비 지원, 야외 노동자 휴식 기준, 학교와 지역 행사 일정은 긴 여름에 맞춰 다시 살펴야 한다. 이제는 달력상 계절 구분보다 달라진 계절의 흐름에 맞춰 사회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지금 필요한 기후위기 적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