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아, 그 고양이요? 죽었는데요.”
지난달 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한 동물병원. 김모(30) 씨가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 ‘티거’(가명)의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직원이 이전에 진료를 맡겼던 고양이의 안부를 묻자 김씨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캣타워에서 놀다가 떨어져 죽었다”고 답했다.
이 씨와 김 씨의 학대로 머리 쪽에 찰과상을 입은 고양이의 모습.(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18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분당경찰서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이모(24·여) 씨와 김모(30·남) 씨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동거 중인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자택에서 고양이 2마리를 살해하고 2마리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이들을 고발한 동물권보호행동 카라에 따르면 상해를 입은 고양이 2마리는 각각 두개골 골절과, 다발성 전신 골절 등의 부상을 입었다. 1마리는 양쪽 귀의 고막이 모두 손상됐다.
학대 의심 신고를 받은 카라는 곧바로 성남시청에 신고했고 성남시는 이들로부터 고양이 2마리를 격리조치했다. 카라는 상담을 거쳐 소유권 양도 확인서도 받아냈다. 카라 측이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고양이를 입양한 뒤 학대·살해하고 펫샵을 통해 다시 입양하는 행태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와 김 씨의 학대로 양쪽 고막이 모두 손상되고 두개골 골절 부상을 입은 고양이 티거의 모습.(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동물 학대를 포함한 동물보호법 위반 검거 건수는 123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071건 대비 약 15%가 증가한 수치다. 더욱이 동물 학대 범죄는 ‘암수’(暗數·남을 속이는 짓)율이 높다. 주로 주거지에서 학대가 이뤄지는 탓에 적발이 어려워서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해 선고된 동물학대 관련 사건 1심 판결문 45건을 분석한 결과 이중 30건(66.7%)이 자신이 기르던 반려동물을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보호법 위반 전력이 있는 피고인은 4명으로 약 8%였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 중 재범은 7~10%에 달했다.
경찰청이 집계한 최근 5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발생 건수 및 검거 건수 현황.(그래픽=구글 제미나이)
동물권 변호사 단체 영원의 대표인 이다영 변호사(법률사무소 담은)는 “어렵게 구조하고 치료까지 마친 피학대 동물이 다시 학대자에게 반환되는 경우가 많다”며 “지자체가 동물 반환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해외처럼 법원이 피학대 동물을 몰수해 지자체 보호체계로 연계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제도 도입과 법 개정을 통해 동물 학대를 예방하고 재범률 감소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7년 도입을 목표로 동물학대 예방을 위한 ‘사육금지제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학대해 학대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1~5년간 소유·보호 등을 금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달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물의 법적 지위를 올리기 위한 민법 개정을 국민적 합의를 거쳐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민법상 ‘물건’으로 규정된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에 속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골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