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 뉴스1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의 전 매니저 김 모 씨(65)가 유진 박을 속여 수억 원 재산 피해를 줬다는 혐의로 2021년 말 재판에 넘겨진 지 약 4년 4개월 만에 징역형이 확정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 3-2부(부장판사 조규설 유환우 장윤선)는 지난 3월 26일 김 씨에 대해 준사기, 사문서위조,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후 검찰은 상고하지 않고 김 씨만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으나, 이달 7일 김 씨가 상고를 취하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김 씨는 박 씨가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등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고 경제활동을 할만한 지적 수준을 갖추지 못한 점을 악용했다. 그는 "여기에 서명하면 바이올린 공연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박 씨를 꼬드겨, 박 씨 명의로 차용증을 쓰거나 토지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그로 인한 금전적 이득은 김 씨가 취했다.
박 씨는 김 씨의 종용으로 2016년 8월부터 2018년 5월까지 3차례 차용증을 써 수억 원대의 채무를 지게 됐다. 김 씨는 채권자들로부터 빌린 돈을 대신 받아 3억5750만 원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2016년 3월부터 2018년 4월까지 3차례에 걸쳐 박 씨가 소유한 제주도 토지들을 각각 8000만 원, 1억5800만 원, 3억2000만 원에 매도하도록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김 씨는 이 과정에서 수억 원의 이득을 대신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김 씨는 2018년 6월 박 씨가 임차한 아파트의 월세 계약 조건을 변경하게 만들고는, 임대보증금 차액 5000만 원을 본인이 취하는 횡령을 저지르기도 했다. 또 박 씨가 받아야 할 토지 보상금 1억8000만 원가량을 빼돌려 본인의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하기도 했다.
1심을 맡았던 당시 서울남부지법 형사 10단독 김주완 판사는 "피고인은 심신장애 상태에 있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믿고 따르는 것을 이용해 피해자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고 그 상당 부분을 개인적 용도에 썼다"며 "재산상 피해가 큰 바 향후 피해자의 삶과 복지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11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후 김 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법원은 항소심에서 이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형량을 원심보다 6개월 줄여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회복이 되지 못했고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와 함께 생활하며 그를 보호해 왔고, 진심으로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는 보인다. 또 피해자 명의로 빌린 돈(차용금 준사기 부분)은 전부 변제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인 유진 박은 1996년 KBS '열린음악회'를 통해 혜성같이 국내에 데뷔했다. 당대로선 최연소 기록인 8살 때 전액 장학금을 받고 뉴욕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입학한 유진 박은 클래식과 팝을 넘나드는 전자 바이올린 연주로 인기를 단숨에 거머쥐었다.
하지만 2009년 그가 전 소속사로부터 학대를 받았다는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세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한국 사회에 익숙지 못한 점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박 씨를 주변에서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연이어 제기됐다.
김 씨 사건도 2019년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가 김 씨를 사기와 업무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legomast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