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간병한 80대 아내 살해한 남편·아들…대법서 징역 3년·7년 확정

사회

뉴스1,

2026년 5월 20일, 오후 12:16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 뉴스1 김영운 기자

10여년간 병간호하던 80대 아내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80대 남편과 50대 아들이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0일 살인 혐의를 받는 8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3년, 존속살해·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아들 B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4일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아내이자 어머니인 80대 여성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알츠하이머와 고관절 골절 등으로 인지·거동 능력이 악화했고, 아들 B 씨는 2014년부터 직업 없이 피해자를 간병하며 가족 지원에 의존해 왔다.

이후 주거지 퇴거 요청과 생활비 지원 중단, 요양원 입소 문제까지 겹치자 A·B 씨는 불안감과 좌절감 속에 피해자를 살해한 뒤 함께 극단 선택을 하기로 모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후 두 사람은 차를 타고 팔당댐과 잠실한강공원 주변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은 두 사람이 살해를 공모한 점, A 씨가 살해 도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가담한 점을 인정해 A 씨에게 징역 3년, B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양형에 관해선 두 사람이 10년 넘게 피해자를 간병해 온 점, 요양원 입소와 주거 이전 문제 등으로 극심한 좌절감을 느낀 끝에 범행에 이른 점, 유족들이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반대로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점, 패륜적·반인륜적 범죄로서 비난 가능성이 큰 점 등은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2심 과정에서 두 사람은 피해자가 '죽여 달라'고 요청했고, 범행 당시 심신 상실·심신 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공모 관계 역시 부인했다.

그러나 2심은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1심 형량을 유지했다.

2심은 "피해자는 분명한 인지기능 장애 상태 또는 확정적 치매 상태에 있었고 그 이후 추가적인 신경외과적 치료를 받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지속해서 살해 촉탁이나 승낙을 하고 피고인들과 구체적인 방법까지 논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신 상실·심신 미약 주장에 대해서는 "스트레스 상황에 있었을 수는 있지만 B 씨의 인지능력은 정상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A 씨의 경우 고령이더라도 범행 직후 극단 선택을 하지 않으면 구속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등 행위와 결과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블랙박스 녹취록과 수사기관 진술 등을 근거로 두 사람의 공모 관계와 A 씨의 범행 가담을 인정한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상고심에서도 피해자가 진지한 결단에 의해 피고인들에게 살해 촉탁이나 승낙을 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판단에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죄, 존속살해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면서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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