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토막살해한 혐의(존속살해) 등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이은석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한 말이다.
사진=KBS '표리부동' 방송 캡처
이어 옆 방에서 자고 있던 아버지 이모(당시 60세) 씨도 같은 방법으로 살해했다.
이은석은 숨진 부모의 시신을 훼손한 뒤 다음 날인 22일과 23일 집 앞 쓰레기통, 정부과천청사 인근 저수지, 서울 명동 모 호텔 쓰레기장 등에 버렸다.
그는 경찰이 부모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도록 신분증 사진을 뜯어버리기도 했다.
같은 달 24일 비닐봉지에 담긴 시신 일부를 발견한 환경미화원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지문으로 숨진 남성이 이은석의 아버지 이 씨임을 확인했다.
경찰은 곧바로 이 씨 집을 찾아갔고, 순순히 문을 열어주지 않던 둘째 아들 이은석은 “부모님이 21일 성당을 간다며 집을 나간 뒤 지금까지 연락이 없었다”며 “오늘 형과 상의해 신고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시신이 담긴 비닐봉지에서 이은석의 지문이 발견된 점과 집안 곳곳에 혈흔이 남아 있는 점 등을 들어 추궁하자 그는 범행을 자백했다.
이은석은 부모 도움으로 집을 얻어서 독립한 형과 관련한 문제로 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이고 방에 틀어박힌 지 6일째 되던 날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아버지는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무시하며 꾸지람을 계속하고, 어머니는 청소년기부터 밥을 못 먹게 하는 것은 물론 머리가 나쁘다고 구박해 살해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주장했다.
친부모 토막 살해라는 사상 초유의 범죄가 발생하자 범죄심리학 교수들로 구성된 경찰청 범죄심리분석 자문위원들은 이은석과 면담에 나섰고, 그들도 “학창 시절 친구들로부터 당했던 소외와 교사의 무관심, 부모의 지나친 학대에서 범행이 비롯됐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인륜 파괴범죄의 재발을 막고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이유에서 이은석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 구형대로 이은석에게 사형을 선고하며 “범행의 위험성과 사회적 악영향이 인간 범죄사에 기록될 수 있을 정도로 무겁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부모가 다소 매정하게 교육해 왔던 것으로 보이나 피고인에 대한 꾸준한 지원과 사랑을 간직해 온 사정 등에 비춰볼 때 피고인에게 일방적인 학대만을 일삼던 비정상적인 부모라거나 최고 수준의 학교 교육을 받고 현역병으로 군 복무까지 마친 피고인 입장에서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결함을 지녔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이은석의 형은 동생을 “이해할 것 같다”며 선처를 요청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은석이 유아 시절부터 부모에게 언어폭력뿐 아니라 신체폭력까지 당한 사실이 알려졌고, 그의 형 또한 그 사실을 인정했다.
이은석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오랜 군대 생활을 한 아버지의 군대식 가정교육 방식에 적응하지 못했으며 서울대를 가지 못한 것을 꾸짖는 부모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점을 참작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이은석 형을 통해 변호사를 선임하게 하고 가족을 설득해 탄원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강덕지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범죄심리과장은 2012년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이은석에 대해 “부모 자식 사이를 떠나 아이를, 한 인간을 그렇게 철저히 짓밟고 폐허를 만든 예는 없었다”고 말했다.
강 전 과장은 “범죄는 동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범죄 동기는 동정한다”라고도 했다.
범행 약 한 달 뒤 “부모님은 내 생일을 한 번도 챙겨주지 않았다. 군대 있을 때도 면회 한 번 오지 않았다. 부모로부터 칭찬이나 인정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던 이은석은 수감 생활 중 편지를 통해 “결코 부모님 탓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은석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22년 넘게 인연을 이어왔다는 박순 상담학 교수는 2021년 7월 KBS ‘표리부동’에서 그가 보낸 편지 내용을 이같이 소개했다.
이은석은 “저 자신이 소심하고 나약해서 자신감을 잃고 실망하다 보니 제가 이렇게 어리석게도 부모님을 원망하는 것으로 돌리는, 악몽 같은 일을 저질렀다”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