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 조작사건' 강기훈, 파기환송심서 국가배상액 확대

사회

뉴스1,

2026년 5월 21일, 오후 05:52

강기훈 씨. (뉴스1 DB)2017.7.6 © 뉴스1

'유서대필 조작사건' 피해자 강기훈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국가가 강 씨와 강 씨 가족에게 6700여만 원을 추가로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022년 11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지 3년여 만이다.

위법한 조사, 피의사실 공표 등 수사 과정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단 취지에 따른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5-1부(고법판사 송혜정 김대현 강성훈)는 21일 강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강 씨에게 5300여만 원, 강 씨 아내에게 500만 원, 강 씨의 두 동생에게 각각 430여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개별 불법행위, 위법 조사, 변호인 접견 침해, 피의사실 공표 등에 대한 위자료를 추가로 정했다"고 밝혔다.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1991년 5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이던 김기설 씨(당시 25세)가 분신하자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가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강 씨를 기소한 사건이다.

강 씨는 징역 3년의 판결이 확정돼 복역했지만 재심을 청구해 2014년 무죄를 선고받았다. 강 씨는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인권을 유린한 조작사건"이라고 주장하며 2015년 11월 국가를 상대로 총 3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2017년 7월 1심은 국가 등의 배상 책임이 총 8억7000만원이라고 판단했다. 1심은 국가가 강 씨에게 7억 원, 강 씨의 아내에게 1억 원, 강 씨의 부모에게 각 2000만 원, 강 씨의 두 동생에게 각 500만 원, 강 씨의 두 자녀에게 각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그러나 수사 책임자였던 강신욱 전 대법관(당시 서울지검 강력부장)과 신상규 전 광주고검장(당시 주임검사)의 강압 행위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18년 5월 항소심에서는 강 씨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액을 기존 7억 원에서 8억 원으로 더 확대했다. 강 씨 부모에 대한 배상액도 각 2000만원에서 각 1억 원으로 증액해 총 2억6000만 원의 배상 책임을 추가로 인정했다.

다만 강 전 대법관과 신 전 고검장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단은 1심과 같았다.

지난 2022년 대법원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는 국가배상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위법한 조사, 피의사실 공표 등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사건이 발생한 1991년부터 24년이 지난 2015년 소송이 시작돼 장기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검사들과 필적감정인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이 시효 완성에 따라 소멸했다고 본 원심 판단은 확정했다.

대리인단은 이날 파기환송심 선고 이후 취재진에게 "오늘 선고는 사실관계를 다루는 마지막 사실심 판단임에도 법원은 검찰 주도의 수사 조작이라는 실체를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shhan@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