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2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네 아내에게 우리 관계를 말하겠다"
내연녀의 이 말에 중국 국적 A 씨는 격분했다. A 씨는 방 안에 있던 유리 물컵을 집어 들고 B 씨의 얼굴과 머리를 여러 차례 내리쳤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022년 여름이었다. 장소는 경기 오산시의 한 다방이었다. 조선족 A 씨는 이곳에서 접객원으로 일하던 조선족 여성 B 씨를 알게 됐고, 두 사람은 같은 해 가을 내연관계로 발전했다.
3년 가까이 이어진 관계는 지난해 4월 15일 밤 파국을 맞았다. A 씨는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3차'로 향한 노래연습장에 B 씨를 불렀다. 지인 7명이 함께 있는 자리였지만, A 씨는 이 사실을 B 씨에게 알리지 않았다.
노래연습장에 도착한 B 씨는 뒤늦게 상황을 알고 화를 냈다. "사람 많은데 왜 날 불렀냐"는 추궁은 그날 밤 A 씨의 집까지 이어졌다.
그러던 중 B 씨는 A 씨에게 "200만 원을 달라, 돈을 주지 않으면 네 아내에게 내연관계를 폭로하겠다"고 말했다.
A 씨는 순간적으로 격분했다. 그는 방 안에 놓여 있던 유리 물컵을 들어 B 씨의 얼굴과 머리를 여러 차례 내리쳤다. B 씨는 두개골 손상으로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살인까지 저질렀지만 범행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A 씨는 숨진 B 씨를 화장실로 옮겼다. 이어 시신에 묻은 피를 닦아내던 중 시신을 오욕했다.
게다가 A 씨는 범행 은폐 시도까지 했다. A 씨는 범행 직후 자신과 B 씨의 휴대전화를 오산천 강변에 버렸다. 이후 B 씨가 입고 있던 옷과 신발, 가방, 피를 닦은 물건 등을 비닐봉투와 쇼핑백에 나눠 담아 여러 장소에 유기했다.
다음 날 밤에는 시신까지 태워 없애려 했다. A 씨는 4월 17일 오후 9시 42분쯤 자기 집에서 가스레인지 밸브를 열어 가스를 방출시켰다. 이어 담뱃불로 휴지에 불을 붙여 빌라에 불을 지르려 했다. 다만 가스가 확산하기 전 휴지에 붙은 불이 꺼지면서 방화는 미수에 그쳤다.
A 씨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15형사부(부장판사 정윤섭)는 살인, 사체오욕, 현주건조물방화미수, 가스방출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지난해 8월 21일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형량이 더 늘었다. 수원고법 제3형사부(고법판사 김종기)는 지난 2월 5일 A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자신의 범행이 '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범행 전 3차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과음했고, '블랙아웃' 상태에서 범행했다는 취지였다. 살해 뒤 시신을 오욕한 것도 심리적 충격과 과도한 음주의 영향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가 알코올 사용 장애 수준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래연습장과 거주지 인근 CCTV 영상 등을 근거로 A 씨가 사리 분별이 어려울 정도로 만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봤다.
방화 시도에 대한 A 씨의 주장도 배척됐다. A 씨는 방화가 '자살 시도'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범행 은폐 목적이었다고 판단했다. A 씨가 범행 직후 증거를 여러 차례 나눠 버린 점, 방화 시도 뒤 선글라스와 배낭을 착용한 채 집을 나와 현관문을 잠근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갑작스럽고 무자비한 공격으로 죽어가는 동안 극심한 고통과 충격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경위에 관해서는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