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오늘] 모포에 감긴 아내와 새벽 질주…부사관 남편의 '살인 은폐극'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26일, 오전 12:04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2023년 5월 26일 강원 동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단순 사고가 아닌 살인 은폐극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사고로 숨진 아내의 시신에서 타살 의심 정황을 발견하고 육군 부사관인 남편을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2023년 3월 강원 동해시 구호동 교통사고 현장 모습. (사진=뉴스1)
사건은 같은 해 3월 8일 새벽 강원 동해시 구호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육군 모 부대 소속 A(47) 원사가 몰던 싼타페 차량이 갑자기 도로 옆 옹벽을 그대로 들이받으면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 B(41)씨가 숨졌다.

초기에는 단순 교통사고로 보였지만 수사기관은 사고 현장에서 석연치 않은 정황을 발견했다.

사고 당시 A씨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고 사고 지점 역시 급경사 내리막이 아니었다. B씨 시신에서는 심한 골절상이 확인됐지만 현장 혈흔은 많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도 석연치 않았다. B씨의 사인은 ‘경부 압박 및 다발성 손상’으로 확인됐으며 목 부위에서는 눌린 흔적까지 발견됐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씨가 사고 직전 B씨를 모포에 감아 차량에 태운 뒤 현장을 맴도는 장면이 담겼다.

차량 내부에서는 해당 모포가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은 이후 사고 장소와 떨어진 곳에서 모포를 찾아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이후 경찰은 다시 구속 영장을 신청해 A씨를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A씨의 경제적 상황도 드러났다. A씨는 금융기관과 카드사 등에 약 2억9000만원 규모의 채무를 지고 있었다.

아내 사망 이후 4억7000여만원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A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사망한 B씨를 발견한 후 자신의 명예실추와 자녀들이 받을 정신적 충격을 염려해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차량에 태워 이동하다가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건 당일 부부가 대출 문제로 다툰 점, B씨가 평소 자녀 교육과 미래 계획에 적극적이었던 점 등을 토대로 자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2023년 12월 A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격분해 아내의 목을 조른 뒤 교통사고로 위장했다”며 “참회와 반성이 어렵고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A씨는 항소했지만 2024년 5월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과 같은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이어 같은 해 7월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이 없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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