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공립형 학원·졸업자산까지…서울교육감 선거 뒤덮은 '생활형 공약'

사회

뉴스1,

2026년 5월 27일, 오전 06:00

정근식(왼쪽), 윤호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20일 서울 종로구 종로문화공간온에 '품격있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와 미래교육을 위한 공동선언문' 발표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2026.5.20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들 사이에서 저녁 식사 제공, 공립형 학원, 교통비 지원, 청소년 미래자산 펀드 등 학생과 학부모가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공약'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후보들이 사교육비와 돌봄 부담, 교육격차 문제를 앞세워 교육청 역할을 생활 지원 영역까지 확대하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실현 가능성과 재정 부담 논란도 함께 커지는 분위기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내달 3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최근 선거운동 과정에서 AI 교육과 교권 회복, 학력 신장 같은 기존 교육 의제뿐 아니라 학부모 부담을 직접 줄이는 체감형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보수 진영 윤호상 후보는 방과후학교나 자율학습 참여 학생, 희망 학생에게 저녁 식사를 제공하는 이른바 '저녁밥 주기' 공약을 내놨다. 맞벌이 가정의 돌봄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안정적으로 학습·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윤 후보는 초등학교 영어교육 시작 시점을 현행 3학년에서 1학년으로 앞당기고 교육청이 우수 학원을 지정해 학원비를 낮추는 '공립형 학원' 도입도 공약했다.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학부모의 사교육비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후보는 "학교 안에서 학습과 진로, 돌봄, 안전이 일정 수준 이상 보장돼야 사교육 의존도가 줄어든다"며 "결국 공교육 회복은 학부모에게 학교만 믿어도 된다는 확신을 주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는 유아교육 무상화와 교통비·체험학습비 지원 등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정 후보는 "헌법이 보장하는 무상교육을 완성하겠다"며 3~5세 유아교육 완전 무상화와 대중교통 등하교 학생 교통비 지원, 현장체험학습비 무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서울 학습진단성장센터를 현재 11곳에서 25곳으로 확대하고 모든 학교에 기초학력 전문교사를 단계적으로 배치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 후보 공약은 학부모가 일상적으로 부담하는 교육비를 공교육 영역 안으로 흡수하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통비와 체험학습비, 유아교육비는 각각 성격은 다르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장기간 누적될 경우 부담이 적지 않은 비용이라는 점에서다.

진보 진영의 한만중 후보는 '서울 청소년 미래자산 펀드'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중·고등학교 입학 시 교육청과 서울시가 공동으로 100만원씩을 적립하고 학생이 추가 저축에 참여하면 고교 졸업 시 최대 400만원 규모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대학 등록금과 주거 보증금, 기술 교육비, 창업 준비금 등으로 사용처를 제한했다.

한 후보는 "미래자산 펀드는 아이들이 낙오되지 않도록 출발선을 보장하는 장치"라며 "서울이라는 도시 전체가 아이들의 출발선을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도 성향의 이학인 후보는 '지역별 학원 총량제'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강남 8학군과 목동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된 학원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해 과열 경쟁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학원 밀집 지역에 대한 신규 학원 설립 제한과 함께 유휴 교육시설 활용, 임대료 감면 등을 통해 학원비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후보들의 공약은 방향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교육청이 단순 학교 운영을 넘어 돌봄과 사교육비, 생활 안정 영역까지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교육감 선거가 혁신학교와 자사고, 학생인권조례 등 학교 제도 중심 논쟁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돌봄과 생활 안정, 사교육비 부담 완화처럼 학부모 체감도가 높은 정책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은 전국에서 사교육비 부담이 가장 큰 지역으로 꼽힌다. 맞벌이 가정 비율 역시 높은 만큼 방과후 돌봄과 교육비 부담 문제가 동시에 주요 교육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다.

후보들이 저녁식사와 교통비, 학원비, 졸업 자산처럼 생활 밀착형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는 배경에도 이런 현실이 반영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감 선거가 생활·복지형 공약 경쟁으로 흐르면서 교육청 권한과 재정 범위를 넘어서는 공약이 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아교육 무상화와 저녁 식사 제공, 미래자산 펀드 등은 모두 상당한 재정 투입이 필요한 사업이다. 교육청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도 적지 않아 서울시와 중앙정부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립형 학원이나 학원비 지원처럼 교육청이 사교육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 역시 형평성과 시장 왜곡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시민단체와 교육계 인사들이 참여한 '2026 서울교육감 공약평가운동'에서도 상당수 후보 공약이 교육감 권한 밖 사안에 집중돼 있고 예산 추계와 재원 조달 방안, 단계별 실행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평가단은 교육감 후보들이 제시한 공략을 두고 "공교육 책임 강화와 교육복지 확대 방향성은 대부분 후보에게서 공통적으로 확인됐지만, 이를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전략과 책임 있는 재정 계획은 여전히 보완이 필요한 과제"라고 평가했다.

특히 공교육 확대 정책이 실제 사교육 경감으로 어떻게 이어질지에 대한 정책 간 인과 경로와 이해관계 조정 전략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최근 교육감 선거가 단순 교육행정 선거를 넘어 생활복지 성격까지 함께 띠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며 "학부모 입장에서는 체감도가 높은 공약이지만 실제 시행 단계에서는 재원 마련과 권한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mine124@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