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권 보장해야" 권고에…경찰, '조력필요 대상자' 가려낼 도구 만든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27일, 오후 04:18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경찰이 수사 초기 단계부터 피조사자가 의사소통이 어려워 지원이 필요한 대상인지를 가려낼 수 있는 도구 개발에 착수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등을 반영해 수사과정상 조력 필요 대상자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서다.

경찰청 전경. (사진=뉴시스)
27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 ‘수사과정상 조력 필요 대상자 확인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은 장애인과 같이 의사소통이 어려운 피조사자에게 방어권 보장과 인권보호를 위한 사법적 지원을 이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도 경찰은 신문조서나 진술조서에 조사 대상자가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확인하는 문항을 통해 의사소통의 어려움 여부를 확인하고 신뢰관계인 동석 등의 권리를 고지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절차만으로는 조력이 필요한 피조사자가 사법지원 대상에 해당함을 인지하지 못해 적정한 조력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간 권리고지 미이행 및 방어권 미보장과 관련한 인권위의 권고는 총 12건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인권위는 지난해 3월부터 2개월간 전국 교정시설에서 발달장애인 127명을 면담하는 등 수사기관의 발달장애인 방어권 보장에 관한 직권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사 초기부터 발달장애인이 실질적으로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받기 위해서는 수사 대상자의 발달장애 여부를 확인하고 신뢰관계인을 동석시키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선 수사관들이 단순히 외형상 보이는 것이나 의사표현 또는 의사소통 정도를 주관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기보다, 표준화된 방식으로 의사소통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판별 기준이 필요하단 것이다. 인권위는 지난해 말 경찰청에 이같은 내용을 권고했고, 경찰청도 이를 수용하겠단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이번 연구를 통해 조사 시작 전, 수사관이 피조사자가 사법적 지원이 필요한 대상인지 확인하고 이를 고지 및 이행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한다. 등록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장애가 있을 수 있고, 여러 유형의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단 점 등을 고려해 장애 여부와 유형 등을 확인하는 한편 장애유형과 수사상 지위에 따른 사법지원 유형을 확인하고 고지할 수 있는 도구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영국에서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 신뢰관계인과 유사한 ‘적정 성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질문이나 자신의 답변에 대한 의미와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경찰 신문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어렵거나 혼동하기 쉬운 경우, 또 쉽게 순응적인 경향을 보이는 경우 등에 피조사자를 ‘취약한 성인’으로 판단해 적정 성인을 지원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등록장애인의 경우 등록증을 보면 조력 필요 여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지만 경계성인지장애나 기타 정신건강에 이상이 있으면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분들이 있다”며 “해외 사례들을 참고해 그런 분들까지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만드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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