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2m 내 접근 중"…피해자 휴대전화에 '그 놈' 위치 실시간 뜬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27일, 오후 05:31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지도 위로 붉은 선이 그어졌다. ‘672m 내로 접근 중.’ 화살표가 피해자 쪽을 향했다. 동시에 보호관찰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보호관찰관은 “절대 당황하지 마시고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가해자 실시간 위치를 확인하세요”라고 말했다. 가해자가 방향을 돌리자 이번엔 앱 화면에 ‘안전거리 밖으로 벗어났습니다’는 알림이 떴다.

스토킹 가해자의 실시간 위치를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직접 알려주는 시대가 열렸다.

27일 방문한 서울 동대문구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요원들이 실시간으로 전자감독을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27일 오후 방문한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는 24시간 관제 뿐만 아니라 전자장치·위치추적시스템 전반 운영을 도맡고 있다. 다음달 24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스토킹 가해자 위치 알림’ 서비스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서비스는 전자발찌를 찬 스토킹 가해자가 접근할 때 피해자 휴대전화에 가해자의 실시간 위치와 이동 경로를 직접 보여준다. 법무부는 지난해 말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 데 이어 이번에 앱 개발까지 모두 마무리했다.

임합격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장은 “우리 모든 정책의 첫 번째 목표는 피해자 보호”라며 “이번 앱의 핵심 기술을 ‘방향’이다”고 강조했다. 기존엔 피해자와 가해자의 거리만 알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가해자의 실시간 위치와 이동 방향이 지도에 표시된다.

이를 통해 피해자는 어느 방향으로 대피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해자의 이동 속도 데이터도 실시간으로 쌓여 이동 방법이 차량인지 도보인지까지 파악한다. 경보는 직선거리 2㎞, 여의도보다 넓은 면적에서부터 울리기 시작했다.

앱 시연 후에는 전자발찌 착용 체험을 진행했다. 법무부 명예보호관찰관인 배우 윤박이 한 시연자의 발목에 장치를 채우자 관제 화면에 위치가 즉시 나타났다. 모형 어린이집 쪽으로 발을 들이자 “출입 금지 구역에 진입하셨습니다”란 경고음이 울렸다.

윤박은 “국가기관의 즉각적인 출동도 있지만 직접 가해자가 어디에서 접근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막연히 불안했던 상황이 내가 대처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뀐 느낌”이라고 말했다.

27일 방문한 서울 동대문구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법무부 명예보호관찰관 배우 윤박이 관제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3층 관제상황실로 자리를 옮기자 수십 대의 모니터가 내뿜는 푸른빛 아래 요원들이 실시간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정면 대형 스크린에는 전국 대상자들의 위치와 경보 현황이 촘촘히 펼쳐졌다. 이날 기준 전자발찌 부착자는 5262명, 잠정조치 대상자는 313명, 피해자 위치 알림서비스 이용자는 354명이다. 실시간 경보 건수는 1만 7000건을 넘어갔다. 피해자 정보는 본인 동의를 받아 수집하며 가해자 접근 금지 명령 기간이 끝나면 즉시 폐기된다. 이용 동의율은 90%에 달한다.

고재봉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과장은 “위험 경보는 장치 훼손, 출입·접근 금지 위반 등 긴급 사안”이라며 “경보가 발생하면 관제 직원이 1차 대응하고 즉시 보호관찰소에 경보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관제 인력은 서울·대전 두 센터 합산 상시 18명으로 운영 환경은 열악하다. 현장 보호관찰관 사정도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보호관찰관 1인당 담당 대상자는 평균 10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0.7명에 달한다. 피해자의 ‘알 권리’를 제도로 처음 보장한 게 큰 성과이지만 인력 충원 등 개선점도 뚜렷하단 얘기다. 법무부는 보호관찰관 116명을 늘려달라고 행정안전부에 요청한 상태다.

임 센터장은 “OECD 평균 2배가 넘는 인원을 관리하고 있지만 인력은 OECD 평균에 못 미치고 있다”면서도 “촘촘한 관제와 신속한 현장 출동 덕분에 제도 시행 이후 단 한 건의 위해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7일 방문한 서울 동대문구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임합격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장이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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