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일인데"…눈물 바다 된 '서소문 붕괴 사고' 희생자 빈소

사회

이데일리,

2026년 5월 27일, 오후 07:16

[이데일리 석지헌 권아인·정유진 수습기자] “오늘이 고인 생일이에요. 어려운 현장만 계속 돌아다니다가 올해가 정년이었는데…”

2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전날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붕괴 사고로 숨진 현장관리소장 고(故) 이모 씨(60대)의 빈소를 찾은 매형 박준행(62) 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박 씨는 “일주일 전에 통화하고 보자고 했는데, 현장 정리 좀 해놓고 만나자고 했다”며 아직 이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황망한 표정을 보였다.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전달된 부조금 봉투에 적힌 조문객 김병일(54) 씨의 자필 메시지. (사진= 정유진 수습기자)
고인은 대학에서 토목을 전공한 뒤 흥화건설에 입사해 첫 직장에서만 평생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각지 현장을 전전한 탓에 한 달에 한 번꼴로 집을 찾는 ‘기러기 아빠’로 살아왔다. 박 씨는 “하다못해 어디 가서 술 한 잔 얻어먹는 것도 없이 바보처럼 살았다”며 “아주 성실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30년 넘게 직장 동료로 함께한 김영수 씨도 “친구처럼, 가족처럼 지낸 사이”라며 “책임감이 강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경찰로부터 아내에게 참고인 조사 연락이 왔다고 전하면서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는 외부 전문가로 현장에 갔다가 변을 당한 고(故) 이채규(64)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침울한 표정으로 빈소를 찾은 조문객 김병일(54) 씨는 고인과 함께 국토부 안전점검 업무를 해왔다고 밝혔다. 김 씨는 “같이 점검을 다니며 기술적인 이야기, 사는 이야기, 인문에 대해 도란도란 얘기 나눴던 시간들이 생각난다”며 눈물을 삼켰다. 그는 “1995년부터 시설물 안전진단 분야에서 기술 개발 등 많은 업적을 이루셨다”며 “안전진단계의 큰 별이 졌다”고 했다. 이어 “하나를 물어보면 두 개를 알려주는 매우 열정적인 분이었다”며 “사고 당일에도 골프 약속이 있었는데 급하게 연락을 받고 식사도 제대로 못한 채 현장에 나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 유족은 보상과 책임 소재를 두고 막막함을 호소했다. 유족 측은 “시공사나 감리단 소속으로 법적 책임을 직접 지는 위치가 아니었다”며 “하자 문제를 외부 전문가 입장에서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현장에 갔다가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 주체로 보기 어려운 위치인데 보상과 책임 문제가 어디로 향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근로복지공단 재활보상부 보상팀도 이날 빈소를 찾아 “산재 대상이면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공단 측은 “처리 결과에 따라 공무원에 준하는 수준의 지원 가능성도 있다”며 관련 제도를 안내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도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정 후보는 “안전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데 여전히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것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전문가들의 정확한 조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많은 궁금증이 있지만 현장 검증에 의해 풀릴 것이고 그걸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어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도 찾아 유족에게 조의를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도 빈소를 찾았다. 그는 “유명을 달리하신 세 분 고인의 유가족분들께는 뭐라고 드릴 말씀 없다. 참으로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현재로서는 직무가 정지돼 있지만 현직 시장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유가족분들과 부상자분들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은 아끼지 않도록 관계 공무원에게 요청드렸다”고 했다.

사고 희생자 빈소가 차려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모습. (사진= 정유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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